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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밥만 줄이면 정말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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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밥만 줄이면 정말 괜찮을까요?

얼마 전 진료실 옆 상담 자리에서 “저탄고지로 일주일 만에 3kg 빠졌다는데 저도 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꽤 자주 나옵니다. 밥, 빵, 면을 줄이고 고기와 달걀, 치즈를 늘리면 처음에는 몸무게가 빨리 내려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숫자가 전부 체지방은 아닐 수 있습니다. 몸에 저장된 탄수화물과 함께 붙어 있던 수분이 빠지면서 체중계 숫자가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탄고지는 말 그대로 탄수화물은 줄이고 지방 비율은 높이는 식사입니다. 문제는 이 말의 폭이 너무 넓다는 데 있습니다. 밥을 반 공기만 줄이는 사람도 저탄고지라고 하고, 하루 탄수화물을 20g 안팎으로 극단적으로 낮추는 사람도 같은 말을 씁니다. 그래서 “저탄고지가 좋다, 나쁘다”보다 “얼마나 줄이고, 무엇으로 채우고, 내 몸 상태에 맞는가”를 봐야 합니다.

저탄고지는 어느 정도부터 말할까요?

질병관리청 건강정보에서는 저탄수화물 식사를 대략 하루 탄수화물 130g 이내, 또는 하루 열량의 26% 이내로 설명합니다. 밥 한 공기에는 탄수화물이 대략 60g 안팎 들어 있으니, 세 끼를 평소처럼 먹으면 금방 넘는 양입니다. 키토제닉 식단처럼 케톤 생성을 목표로 하는 방식은 초기에 하루 20g 안팎까지 낮추기도 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쪽 자료를 보면 2형 당뇨병에서 탄수화물 비율을 26~45% 정도로 낮추는 방식이나 10~25% 수준의 저탄수화물 식사가 혈당과 체중 관리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이 온라인에서 흔히 말하는 버터, 삼겹살, 가공육 중심의 극단적인 저탄고지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탄수화물을 줄인 만큼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늘어나면 LDL 콜레스테롤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처음 빠지는 체중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상담하다 보면 첫 1~2주에 체중이 2~4kg 내려갔다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숫자만 보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초반 감량은 수분 변화가 꽤 섞입니다. 탄수화물 저장 형태인 글리코겐이 줄어들면서 함께 잡고 있던 물도 빠집니다. 소변량이 늘고 입이 마르며 어지러운 느낌이 생기는 분도 있습니다.

체지방이 줄었는지 보려면 최소 4주 이상 식사 기록, 허리둘레, 컨디션, 혈압, 혈액검사 변화를 같이 봐야 합니다. 체중만 내려갔는데 변비가 심해지고, 잠이 흐트러지고, 운동할 힘이 떨어진다면 좋은 방향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채소와 콩류, 통곡물까지 지나치게 줄이면 식이섬유가 부족해져 장이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지방을 무엇으로 채우는지가 중요합니다

저탄고지를 한다고 해서 지방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베이컨, 소시지, 버터, 기름진 고기 위주로 채우면 포화지방과 나트륨 섭취가 쉽게 늘어납니다. 반대로 생선, 달걀, 두부, 견과류, 올리브유, 아보카도, 들기름처럼 비교적 질이 나은 지방과 단백질을 섞으면 부담이 덜합니다.

현실적인 방식은 밥을 갑자기 끊기보다 양과 종류를 조절하는 쪽입니다. 예를 들어 흰밥 한 공기를 먹던 분이라면 반 공기에서 2분의 1공기 정도로 줄이고, 접시의 절반은 채소 반찬과 샐러드로 채웁니다. 단백질은 손바닥 크기 정도로 두고, 기름은 조리용으로 적당히 쓰는 정도가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탄수화물을 줄이면서도 식사 전체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은 먼저 의료진과 상의가 필요합니다

당뇨병 약을 복용 중인 분은 식단을 크게 바꾸기 전에 꼭 확인이 필요합니다. 인슐린이나 설폰요소제 계열 약을 쓰는 경우 탄수화물을 갑자기 줄이면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SGLT2 억제제를 복용 중인 분도 무리한 저탄수화물 식사와 탈수 상황이 겹치면 케톤산증 위험이 문제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경우
  • 청소년, 고령자, 식사량이 원래 적은 경우
  • 신장질환, 간질환, 췌장질환, 담낭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 LDL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큰 경우
  • 당뇨병 약, 혈압약, 이뇨제를 복용 중인 경우

저탄고지를 시작한 뒤 심한 어지럼, 식은땀, 두근거림, 구토, 복통, 숨이 가쁜 느낌, 의식이 멍한 느낌이 생기면 식단 적응 과정으로 넘기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당뇨병이 있는 분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당과 케톤 확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오래 갈 수 있는 식사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사실 식단은 이름보다 지속성이 더 중요합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서도 장기적인 체중 감량은 특정 식사법 자체보다 얼마나 꾸준히 지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저탄고지가 맞는 사람도 있지만, 밥을 너무 줄이면 폭식으로 이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회식, 가족 식사, 외식이 잦은 분에게는 아주 엄격한 방식이 오히려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저는 환자분들에게 먼저 2주 정도만 식사 기록을 남겨보자고 말하는 편입니다. 밥, 빵, 면, 과자, 음료가 하루에 얼마나 들어가는지 보면 줄일 곳이 보입니다. 단 음료를 끊고, 야식 라면을 줄이고, 밥 양을 조금 낮추는 것만으로도 혈당과 체중이 움직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극단적으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저탄고지는 누군가에게는 체중과 혈당을 관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맞는 만능 식단은 아닙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 혈액검사 수치, 복용 중인 약,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생활 패턴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밥을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식사의 균형을 잃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탄고지, 밥만 줄이면 정말 괜찮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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