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타밀 독소검출 소식, 우리 아기 분유도 확인해야 할까요?

얼마 전 진료실 옆 상담 자리에서 한 보호자분이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물으셨어요. “압타밀 독소검출이라는데, 어제도 먹였거든요. 바로 병원 가야 하나요?” 아기 먹는 분유 이야기라면 작은 소식도 크게 느껴집니다. 특히 해외직구로 사 둔 캔이 집에 여러 개 있으면 더 불안하지요.
먼저 차분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6년 1~2월 영국과 아일랜드 등에서 문제 된 것은 압타밀 일부 제품과 같은 계열 제품의 특정 제조번호·소비기한 제품입니다. 모든 압타밀이 문제라는 뜻은 아니고, 특정 원료와 관련해 ‘세레울라이드’라는 독소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어 예방적으로 회수된 사안에 가깝습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 정식 수입·유통 제품 일부를 수거 검사했고, 당시 안내된 검사에서는 세레울라이드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무슨 독소가 문제였나요?
이번에 자주 나온 이름은 세레울라이드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쉽게 말하면 식중독균인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만들어낼 수 있는 독소입니다. 일반적인 세균은 끓이거나 조리 과정에서 줄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세레울라이드는 열에 강한 편이라 조유 온도만으로 없어진다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분유를 뜨거운 물에 타면 괜찮지 않나요?”라는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답해야 합니다. 분유 조유법을 잘 지키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미 독소가 들어간 제품이라면 조유법만으로 해결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영국 식품기준청과 아일랜드 식품안전청도 영향을 받은 배치가 있다면 먹이지 말고 회수 안내를 따르라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증상을 봐야 하나요?
세레울라이드와 관련해 알려진 대표 증상은 구토, 메스꺼움, 복통, 설사입니다. 아일랜드 식품안전청 안내에서는 증상이 보통 섭취 후 5시간 안에 나타날 수 있고, 대개 6~24시간 정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아기는 말을 못 하니 어른처럼 “속이 울렁거린다”고 표현하지 못합니다. 대신 갑자기 반복해서 토하거나, 축 처지거나, 평소와 다르게 수유를 거부하는 식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아기가 게웠다고 해서 바로 독소 때문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영아는 역류가 흔하고, 분유 단계 변경이나 수유량 증가, 젖병 꼭지 속도, 감기 전후 컨디션 때문에도 토할 수 있습니다. 불안을 줄이려면 “먹인 제품이 회수 대상인지”와 “증상이 언제, 얼마나 반복되는지”를 나눠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집에 있는 압타밀은 어떻게 확인하면 좋을까요?
가장 먼저 캔 바닥이나 박스 뒷면의 제조번호, 배치번호, 소비기한을 봅니다. 해외 회수 안내에서는 압타밀 1단계, 2단계, Hungry, Big Pack, 일부 정량 탭 제품 등 여러 형태가 포함됐고, 제품별로 소비기한 범위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압타밀 1단계 800g이면 전부 위험하다”가 아니라 “제품명, 용량, 소비기한, 배치가 회수 안내와 맞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 공식 수입 제품인지, 해외직구 또는 병행수입 제품인지 확인합니다.
- 제품명과 단계, 용량을 확인합니다.
- 캔 바닥이나 포장지의 배치번호와 소비기한을 확인합니다.
- 회수 대상이 의심되면 먹이지 않고 구매처나 제조사 고객 안내를 통해 환불·교환 절차를 확인합니다.
- 특수분유나 의사가 처방한 제품이라면 임의로 바꾸기 전에 소아청소년과나 약사에게 먼저 문의합니다.
국내에서 대형마트나 공식몰을 통해 산 제품이라도 포장을 버리지 않는 습관이 꽤 중요합니다. 분유는 한 번 개봉하면 캔만 남기고 박스나 영수증을 버리기 쉬운데, 이런 이슈가 생겼을 때는 작은 숫자 하나가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미 먹였으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할까요?
아기가 아무 증상 없이 잘 먹고 잘 자고, 소변 기저귀도 평소처럼 나온다면 당장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은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 식품안전청도 회수 대상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 먹이지 말고, 증상이 없으면 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다만 부모가 불안하거나 아기가 어릴수록 확인 전화 한 통이 마음을 훨씬 덜어줍니다.
다음 경우에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보다 진료를 받는 쪽이 낫습니다. 생후 3개월 미만 아기가 반복해서 토할 때, 초록색이나 피가 섞인 구토를 할 때, 축 처져 깨우기 어렵거나 수유량이 확 줄 때, 6~8시간 이상 소변 기저귀가 거의 없을 때, 고열이나 심한 설사가 함께 있을 때입니다. 특히 작은 아기는 탈수가 빨리 올 수 있어 “조금 더 보자”가 길어지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분유를 바꿀 때도 천천히 보는 게 좋습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당장 모든 캔을 버리고 다른 브랜드로 바꾸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아기가 잘 먹던 분유를 갑자기 바꾸면 변 색, 가스, 게움, 수유 거부가 생길 수 있습니다. 회수 대상이 아닌 제품이고 아기가 잘 지낸다면, 불안 때문에 급히 여러 브랜드를 오가는 것이 오히려 배앓이를 헷갈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회수 대상이거나 확인이 어려운 해외직구 제품이라면 사용을 중단하는 편이 맞습니다. 같은 브랜드의 영향 없는 배치로 바꾸거나, 국내에서 관리되는 다른 조제분유로 옮기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알레르기 병력, 미숙아, 저체중, 특수분유 사용 여부가 있으면 선택 기준이 달라집니다.
분유 이슈는 부모 마음을 가장 빠르게 흔드는 뉴스입니다. 그래도 이번 압타밀 독소검출 소식은 “모든 압타밀이 위험하다”가 아니라 “특정 제품과 배치를 확인해야 하는 문제”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집에 있는 제품의 출처와 번호를 확인하고, 아기 컨디션을 같이 보면 막연한 불안이 조금은 구체적인 대응으로 바뀝니다.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보일 때는 인터넷 글보다 실제 진료실에서 얼굴을 보고 판단하는 일이 가장 든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