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주식계좌 개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진료 대기실에서 부모님 두 분이 아이 이름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 통장 하나 만드는 것도 은행에 서류 들고 가야 해서 번거로웠는데, 요즘은 증권사 앱에서 시작하는 분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려면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아이 명의로 계좌를 만들 수 있는지, 부모 돈을 넣으면 증여세는 어떻게 되는지, 주식 투자를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같은 부분입니다.
자녀 주식계좌, 부모가 대신 만들 수 있나요?
미성년 자녀의 주식계좌는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대신 개설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안내에 따르면 2023년부터 부모가 비대면 방식으로 미성년 자녀 명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었고, 은행이나 증권사 앱에서 신청하는 방식이 넓어졌습니다. 다만 모든 금융회사가 같은 절차를 쓰는 것은 아니어서, 이용하려는 증권사 앱에서 미성년 계좌 개설 메뉴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보통 필요한 것은 부모 신분증, 부모 명의 휴대폰 인증,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같은 서류입니다. 서류는 최근 3개월 이내 발급분을 요구하는 곳이 많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공개 여부도 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계좌가 바로 열리기보다 심사를 거쳐 1~2영업일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을 넣을 때는 증여 기록이 더 중요합니다
자녀 주식계좌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세금입니다. 아이 계좌에 부모 돈을 넣으면 원칙적으로는 자녀에게 돈을 준 것, 즉 증여로 봅니다. 국세청 안내 기준으로 미성년 자녀가 부모나 조부모 같은 직계존속에게 받는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합산 2,000만 원입니다. 성년이 되면 10년간 5,000만 원 기준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5세일 때 부모가 1,000만 원을 넣고, 8세에 800만 원을 더 넣었다면 10년 합산 1,800만 원입니다. 여기에 9세 때 500만 원을 추가하면 총 2,300만 원이 되어 공제 한도를 넘는 금액이 생깁니다. 세금이 당장 크지 않더라도 입금 날짜, 금액, 누구 돈인지가 남아 있어야 나중에 설명이 편합니다.
- 부모 계좌에서 자녀 계좌로 이체한 내역을 남깁니다.
- 큰 금액을 넣었다면 증여세 신고 여부를 확인합니다.
- 조부모가 따로 넣어주는 돈도 10년 합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배당금과 매매 차익은 상품 종류와 국가에 따라 세금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상품을 사야 하는지보다 먼저 볼 것
솔직히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묻는 건 “무슨 종목 사면 되나요?”입니다. 그런데 아이 계좌는 단기 수익률보다 기간이 깁니다. 5세 아이의 계좌라면 성인이 될 때까지 10년 이상 남아 있습니다. 이 긴 시간이 장점이 되려면 중간에 자주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개별 종목을 고르는 방식은 재미가 있지만 변동성이 큽니다. 특정 회사 하나에 너무 많이 몰리면 아이 계좌가 부모의 투자 성향을 그대로 따라가게 됩니다. 반대로 넓게 나누어 투자하는 펀드나 ETF는 화려하진 않아도 관리가 단순합니다. 특히 부모가 바쁜 집이라면 매달 일정 금액을 넣고,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정도만 비중을 보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아이에게는 수익률보다 습관을 보여주는 게 낫습니다
자녀 계좌를 만들었다면 아이에게 “돈이 돈을 번다”는 말만 하기보다, 돈이 어디서 왔고 왜 오래 기다리는지 설명해주는 게 좋습니다. 초등학생이라면 좋아하는 회사 제품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과자를 만드는 회사, 운동화를 파는 회사,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처럼 생활 속 물건에서 출발하면 주식이 훨씬 덜 낯섭니다.
다만 아이 이름의 계좌라고 해서 아이에게 매일 수익률을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숫자에 익숙해지는 것이 꼭 좋은 금융교육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번 달에도 약속한 금액을 넣었다”, “가격은 오르내리지만 우리는 오래 볼 돈으로 넣었다” 정도가 아이에게는 더 건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개설 전에 체크할 것들
계좌를 열기 전에는 몇 가지를 미리 정해두면 좋습니다. 첫째, 이 돈의 목적입니다. 대학 등록금인지, 성인이 되었을 때 줄 독립자금인지, 단순 금융교육용인지에 따라 금액과 상품이 달라집니다. 둘째,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아이 계좌라고 해서 생활비나 비상금을 무리하게 줄이면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셋째, 손실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주식계좌는 예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통장이 아닙니다. 1,000만 원을 넣었는데 한때 700만 원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불안해서 자주 사고팔면 아이 계좌의 장점인 긴 시간이 사라집니다.
- 증권사별 미성년 계좌 개설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 필요 서류의 발급일과 주민등록번호 공개 범위를 확인합니다.
- 10년간 증여 금액을 따로 기록합니다.
- 아이 계좌에 넣을 돈은 장기간 쓰지 않아도 되는 금액으로 정합니다.
- 부모의 투자 원칙을 짧게 적어두면 나중에 흔들릴 때 도움이 됩니다.
자녀 주식계좌 개설은 빠를수록 무조건 좋다기보다, 부모가 기록하고 설명하고 기다릴 준비가 되었을 때 의미가 커집니다. 아이에게 남겨줄 것은 계좌 잔고만이 아니라 돈을 대하는 태도일 수 있습니다. 작은 금액이라도 차분히 시작하고, 세금과 서류를 깔끔하게 챙기는 집이 시간이 지나 더 편안하게 이어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