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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을 바꾸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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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을 바꾸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얼마 전 의원 대기실에서 혈압 수첩을 들고 오신 분이 “밥은 많이 안 먹는데 왜 자꾸 수치가 오르죠?”라고 물으셨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밥 양보다 국물, 김치, 젓갈, 간편식, 달달한 커피가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식단은 거창한 다이어트표보다 이런 평소의 반복에서 먼저 갈립니다.

사실 좋은 식단은 특별한 음식을 많이 먹는 방식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한 식사의 바탕을 충분함, 균형, 적당함, 다양함으로 설명합니다. 어렵게 들리지만 일상어로 바꾸면 “부족하지 않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너무 짜거나 달지 않게, 여러 가지를 먹는 것”에 가깝습니다.

식단은 완벽함보다 접시 모양이 먼저입니다

환자분들께 가장 자주 권하는 방법은 한 끼를 접시로 떠올리는 겁니다. 접시의 절반은 채소와 과일, 4분의 1은 밥·잡곡·고구마 같은 탄수화물, 나머지 4분의 1은 생선·달걀·콩·두부·살코기 같은 단백질로 채우는 방식입니다. 미국 MyPlate 기준도 “접시의 절반을 과일과 채소로” 두는 쪽에 가깝습니다.

한국 식탁에서는 밥그릇, 국그릇, 반찬이 따로 있어서 접시 비율이 잘 안 보입니다. 이럴 때는 밥을 먼저 많이 푸기보다 나물, 생채소, 버섯, 해조류 반찬을 눈에 띄게 늘리는 편이 쉽습니다. 흰쌀밥만 먹던 분이라면 처음부터 현미 100%로 바꾸기보다 잡곡을 20~30% 섞는 정도가 오래 갑니다.

숫자로 보면 덜 막연합니다

WHO는 10세 이상에서 과일과 채소를 하루 400g 이상 먹는 것을 권합니다. 대략 채소 반찬 두세 접시와 과일 한두 번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단, 감자나 고구마처럼 주식에 가까운 식품은 이 양에 그대로 넣어 계산하기보다 탄수화물 쪽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당류는 생각보다 숨어 있습니다. WHO는 첨가당과 꿀, 시럽, 과일주스 등에 들어 있는 유리당을 하루 총열량의 10% 미만으로 줄이도록 권합니다. 2000kcal 기준으로는 약 50g, 더 낮추면 25g 수준입니다. 믹스커피 2잔, 달달한 라떼, 과자 조금이 겹치면 금방 가까워집니다.

소금은 더 조용히 쌓입니다. 성인은 소금을 하루 5g 미만, 나트륨으로는 2000mg 미만이 권고 기준으로 자주 쓰입니다. 문제는 소금통보다 국물, 찌개, 라면, 햄, 소시지, 장아찌, 외식 소스에서 많이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싱겁게 먹는다”고 느껴도 국물을 자주 비우면 실제 섭취량은 높을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나누어 보면 쉽습니다

탄수화물은 줄이기보다 질을 봅니다

밥을 무조건 끊으면 며칠은 체중이 줄어 보여도 피로감, 폭식, 변비가 따라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몸의 주요 에너지원이라서 양과 종류를 같이 봐야 합니다. 흰빵, 과자, 설탕 음료를 줄이고 잡곡밥, 오트밀, 콩, 채소, 과일처럼 섬유질이 있는 쪽으로 옮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단백질은 매끼 조금씩 나눕니다

단백질은 한 끼에 몰아서 먹기보다 아침, 점심, 저녁에 나누는 편이 포만감에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달걀이나 두부, 점심에는 생선이나 닭고기, 저녁에는 콩류나 살코기처럼 바꿔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신장질환이 있거나 단백뇨를 들은 적이 있다면 고단백 식단은 의료진과 먼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방은 피할 대상만은 아닙니다

기름진 음식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견과류, 생선, 올리브유나 카놀라유 같은 불포화지방은 식단 안에서 역할이 있습니다. 다만 튀김, 과자, 크림 많은 빵, 가공육에 많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줄이는 쪽이 좋습니다. 같은 닭고기라도 튀김보다 구이, 볶음보다 찜이 몸에는 부담이 덜합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식단만 붙잡지 않아도 됩니다

식단을 바꾸는 건 중요하지만, 모든 증상을 음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늦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갑자기 체중이 이유 없이 빠지거나, 심한 갈증과 소변 증가가 생기거나, 혈압이 반복해서 140/90mmHg 이상으로 나오거나, 식후 가슴 통증·숨참·어지럼이 있다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았다면 개인 목표 수치에 맞춘 식단이 필요합니다.
  •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이면 무리한 저탄수화물 식단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 신장질환, 간질환, 통풍, 섭식장애 경험이 있다면 유행 식단을 그대로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 영양제를 여러 개 먹고 있다면 중복 성분과 약물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가는 식단은 생활에 붙어야 합니다

솔직히 식단은 의지만으로 오래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집에 있는 음식, 장보는 동선, 점심을 먹는 환경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처음 2주 동안은 세 가지만 바꿔도 충분합니다. 물 대신 단 음료를 마시던 습관을 줄이기, 국물은 절반만 먹기, 매 끼니 단백질 반찬을 하나 넣기. 이 정도면 몸이 받는 신호가 꽤 달라집니다.

체중을 빨리 줄이는 식단보다 혈압, 혈당, 피로감, 배변, 수면이 함께 나아지는 식단이 더 믿을 만합니다. 참고한 기준은 WHO Healthy diet(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healthy-diet), USDA MyPlate(https://www.myplate.gov/eat-healthy/what-is-myplate), NIH DASH eating plan(https://www.nhlbi.nih.gov/health/dash-eating-plan)입니다. 내 식탁에서 오래 반복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결국 가장 강한 변화가 되는 경우를 진료실 옆에서 자주 봅니다.

식단을 바꾸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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