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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꼭 완벽해야 건강해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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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꼭 완벽해야 건강해지는 걸까요?

얼마 전 진료실 옆에서 상담을 듣는데, 한 분이 “저는 밥을 먹으면 죄책감부터 들어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식단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분들이 바로 닭가슴살, 샐러드, 탄수화물 끊기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래 가는 식단은 벌을 주는 방식보다, 내 생활 안에서 덜 흔들리게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식단은 ‘무엇을 빼느냐’보다 ‘무엇을 자주 채우느냐’가 먼저입니다

건강한 식단을 너무 거창하게 잡으면 첫 주는 잘하다가 금방 지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께 접시를 먼저 보자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한 끼 접시의 절반 정도를 채소나 버섯, 해조류처럼 부피가 큰 음식으로 채우고, 나머지에 밥이나 면 같은 주식과 단백질 반찬을 나눠 담는 방식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10세 이상에서 채소와 과일을 하루 400g 이상 먹는 것을 권합니다. 400g이라고 하면 감이 잘 안 오는데, 나물 한 접시, 쌈 채소 한 줌, 토마토 1개, 사과 반 개 정도가 하루에 나뉘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조금 현실적입니다. 과일주스는 과일과 같게 보기 어렵습니다. 씹는 과정이 줄고, 당이 빠르게 들어오기 쉽기 때문입니다.

탄수화물은 끊는 대상이 아니라 고르는 대상입니다

근데 식단 상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탄수화물 먹어도 돼요?”입니다. 대개 답은 먹어도 됩니다. 다만 양과 종류가 문제입니다. 흰쌀밥, 빵, 면을 모두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매끼 양이 많고 반찬이 짜거나 기름지면 혈당과 체중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밥을 줄이고 싶다면 갑자기 반 공기로 확 줄이기보다, 평소보다 두세 숟가락 덜 담고 단백질과 채소를 늘리는 식이 더 오래 갑니다. 현미, 잡곡, 귀리, 통밀빵처럼 덜 도정된 곡류는 식이섬유가 상대적으로 많아 포만감 유지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화가 예민한 분은 잡곡을 많이 섞으면 더부룩할 수 있어 처음에는 조금만 섞는 편이 낫습니다.

단백질은 매끼 조금씩 들어가야 편합니다

단백질은 근육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식사 후 허기가 빨리 오는 분, 오후마다 단 간식이 당기는 분은 아침이나 점심에 단백질이 너무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계란, 생선, 두부, 콩, 살코기, 그릭요거트 같은 음식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커피와 빵만 먹는 분이라면 삶은 계란 1개나 무가당 요거트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점심 전 허기가 덜할 수 있습니다. 점심에 국수 한 그릇만 먹는다면 두부, 계란, 닭고기, 콩류가 들어간 메뉴를 고르는 식으로 바꿀 수 있고요. 단백질 보충제가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식사로 채우기 어렵거나 운동량이 많은 경우, 또는 의료진이 권한 경우에 고려하는 정도가 자연스럽습니다.

소금, 설탕, 기름은 ‘조금씩 쌓이는 부분’을 봐야 합니다

솔직히 집밥만 먹어도 짜게 먹기 쉽습니다. 국물, 김치, 젓갈, 장아찌, 양념 많은 볶음 반찬이 함께 올라오면 나트륨이 금방 늘어납니다. WHO는 소금을 하루 5g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권합니다. 한국 식탁에서는 국물만 덜 마셔도 변화가 꽤 큽니다.

당도 비슷합니다. 단 음료 한 병, 달달한 커피 한 잔, 과자 몇 조각이 따로 보면 작아 보여도 하루 안에서 합쳐집니다. WHO는 자유당을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10% 미만으로 제한하라고 권합니다. 2000kcal 기준으로 약 50g 정도입니다. 더 줄이면 추가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름은 양뿐 아니라 종류도 봐야 합니다. 튀김과 가공과자에 많은 트랜스지방은 피하는 쪽이 좋고, 생선, 견과류, 올리브유, 들기름처럼 불포화지방이 들어간 음식은 적당량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식단만 붙잡고 있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식단은 중요한 생활습관이지만, 모든 증상을 식사 문제로만 돌리면 놓치는 것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상황은 동네 의원이나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편이 좋습니다.

  • 의도하지 않았는데 3~6개월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을 때
  • 식후 갈증, 잦은 소변, 심한 피로가 계속될 때
  • 속쓰림, 복통, 설사나 변비가 2주 이상 이어질 때
  • 어지럼, 두근거림, 손 떨림이 식사와 관련해 반복될 때
  • 당뇨병, 고혈압, 신장질환, 간질환이 있어 식단 조절이 필요한 경우

특히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이 있는 분은 일반적인 건강 식단이 그대로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일, 잡곡, 단백질도 상황에 따라 양 조절이 필요합니다. 건강검진에서 혈당, 콜레스테롤, 간수치, 신장수치가 반복해서 높게 나온 분도 혼자 식단을 세게 조이기보다 현재 수치를 기준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래 가는 식단은 조금 느슨해야 합니다

식단을 잘한다는 건 매일 완벽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주일에 외식이 두세 번 있어도, 집에서 먹는 끼니를 조금 덜 짜게 하고 채소와 단백질을 챙기면 흐름은 달라집니다. 야식이 잦은 분이라면 처음부터 끊기보다 횟수를 줄이고, 라면을 먹더라도 국물을 남기고 계란이나 채소를 더하는 식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참고 기준: WHO Healthy diet,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healthy-diet

식단은 내 몸을 혼내는 계획이 아니라, 내 하루를 덜 피곤하게 만드는 생활 장치에 가깝습니다. 너무 빡빡한 계획보다 다음 끼니에서 바로 고칠 수 있는 작은 선택이 오래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식단, 꼭 완벽해야 건강해지는 걸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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