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판지나, 아이 목에 물집이 생기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진료실 옆에서 상담을 듣다 보면,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고 침을 삼키기 싫어해서 오시는 보호자분들이 꽤 많습니다. 입안을 들여다봤더니 목젖 주변이나 편도 가까이에 작은 물집, 하얗게 패인 상처가 보여서 놀라기도 하고요. 이럴 때 자주 들리는 이름이 헤르판지나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대부분은 장바이러스 계열 감염으로 생기는 비교적 흔한 아이들 감염병입니다. 특히 여름과 초가을에 많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아이들이 가까이 지내는 곳에서 번지기 쉽습니다. 다만 입안 통증 때문에 물을 못 마시면 탈수가 올 수 있어, 병 자체보다 수분 섭취를 더 꼼꼼히 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헤르판지나는 어떤 병인가요?
헤르판지나는 주로 콕사키바이러스 같은 장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목 안쪽 물집성 감염입니다. 보통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3~5일 정도 지나 증상이 시작될 수 있고, 갑작스러운 발열과 목 통증, 식욕 저하가 같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안 병변은 혀 앞쪽보다는 목 안쪽, 편도 주변, 입천장 뒤쪽에 잘 생깁니다. 작은 붉은 점처럼 시작했다가 1~2mm 정도 물집으로 보이고, 이후 하얗게 패인 궤양처럼 변하면서 삼킬 때 따갑습니다. 아이가 밥은 물론 물도 거부하거나, 침을 흘리거나, 평소보다 보채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수족구병과 헷갈리는 이유가 있어요
헤르판지나와 수족구병은 원인 바이러스가 겹칠 수 있어서 증상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둘 다 열이 나고 입안이 아플 수 있지요. 차이는 병변의 위치와 피부 발진입니다.
- 헤르판지나: 주로 목 안쪽, 편도 주변, 입천장 뒤쪽에 물집이나 궤양이 생깁니다.
- 수족구병: 입안 병변에 더해 손, 발, 엉덩이 주변에 발진이나 물집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둘 다: 바이러스 감염이라 항생제가 병을 직접 없애는 약은 아닙니다.
물론 실제로는 경계가 딱 잘라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처음엔 헤르판지나처럼 보였는데 하루 이틀 뒤 손발에 발진이 올라오는 아이도 있고, 반대로 입안 증상만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맞히는 것보다 아이가 잘 마시는지, 열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처지는 정도가 어떤지를 보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집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수분이에요
대부분의 헤르판지나는 7일 안팎으로 좋아지는 편입니다. 특별한 항바이러스제를 쓰기보다는 열과 통증을 줄이고, 탈수를 막는 쪽으로 돌봅니다. 차갑고 부드러운 음식이 그나마 편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미지근한 죽보다 차가운 물, 우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류를 조금씩 더 잘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운 음식, 신 과일주스, 탄산음료처럼 상처를 따갑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잠시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물을 한 컵씩 마시게 하려 하면 더 거부할 수 있으니, 5~10분마다 한두 모금씩 나누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해열진통제는 아이 체중과 나이에 맞춰 써야 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생후 6개월 미만이거나 기저질환이 있거나 다른 약을 먹는 중이라면 진료실이나 약국에서 용량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이에게 아스피린을 임의로 먹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진료를 늦추지 않는 편이 좋아요
헤르판지나는 대개 가볍게 지나가지만, 모든 열과 입안 상처가 같은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탈수 신호가 보이면 기다리기보다 진료가 필요합니다.
- 소변량이 확 줄거나 8시간 이상 소변을 거의 보지 않습니다.
- 입술과 혀가 바짝 마르고, 울어도 눈물이 적습니다.
- 물도 거의 삼키지 못하고 계속 침만 흘립니다.
- 열이 3일 이상 높게 이어지거나 40도 가까이 오릅니다.
- 아이가 축 처지고 깨워도 반응이 평소와 다릅니다.
- 심한 두통, 목 경직, 반복 구토, 호흡이 힘든 모습이 있습니다.
- 생후 3개월 미만 아기에게 열이 납니다.
또 입안 상처가 너무 심하거나, 잇몸 전체가 붓고 피가 나거나, 입술 주변 물집이 두드러지면 헤르판지나가 아닌 다른 감염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화면 사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실제로 입안을 보고 확인하는 쪽이 낫습니다.
전염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헤르판지나는 침, 콧물, 대변을 통해 옮을 수 있습니다. 열이 나고 입안 병변이 있는 시기에 전염력이 크지만, 증상이 줄어든 뒤에도 대변으로 바이러스가 한동안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열이 떨어졌다고 손 씻기를 느슨하게 하면 집안에서 형제자매에게 옮는 일이 생깁니다.
- 기저귀를 갈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뒤 손을 비누로 씻습니다.
- 컵, 숟가락, 빨대, 수건은 따로 씁니다.
- 장난감과 자주 만지는 손잡이는 닦아줍니다.
- 열이 있거나 침을 많이 흘리고 컨디션이 나쁘면 등원은 쉬는 편이 좋습니다.
등원 기준은 기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 열이 없고 아이가 먹고 마실 수 있으며 활동이 어느 정도 가능할 때를 봅니다. 손발 발진이 있는 수족구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어린이집 지침이나 의사 소견을 함께 확인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자료 기준은 CDC의 수족구병 안내와 MSD Manual, Verywell Health의 헤르판지나 설명을 참고했습니다. https://www.cdc.gov/hand-foot-mouth/ , https://www.msdmanuals.com/ , https://www.verywellhealth.com/herpangina-viral-infection-of-the-mouth-and-throat-4126788
헤르판지나는 이름만 들으면 큰 병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상담에서는 아이가 며칠 동안 얼마나 마시는지 지켜보는 병에 가깝습니다. 입안 상처가 작아 보여도 아이에게는 꽤 아플 수 있으니, 밥을 못 먹는 것보다 물을 못 마시는 쪽에 더 마음을 두고 보는 게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