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청단백질, 운동 안 해도 먹을 필요가 있을까요?

요즘 의원에서 상담을 듣다 보면 단백질 가루를 드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예전에는 헬스장 다니는 분들의 이야기처럼 들렸는데, 이제는 60대 부모님 선물로 샀다거나 아침을 못 먹어서 한 잔 마신다는 이야기도 흔합니다. 그런데 유청단백질은 몸에 좋은 보충제라기보다, 부족한 단백질을 편하게 채우는 식품에 가깝게 보는 편이 좋습니다.
유청단백질은 우유에서 온 단백질입니다
유청단백질은 치즈를 만들 때 생기는 맑은 액체인 유청에서 단백질을 뽑아 만든 것입니다. 우유 단백질은 크게 카제인과 유청으로 나뉘는데, 유청은 소화와 흡수가 비교적 빠른 편이라 운동 후 보충제로 많이 쓰입니다.
제품 라벨을 보면 농축유청단백, 분리유청단백, 가수분해유청단백 같은 표현이 보입니다. 농축유청단백은 유당과 지방이 조금 남아 있을 수 있고, 분리유청단백은 단백질 비율을 더 높인 형태입니다. 유당에 예민해서 배가 부글거리거나 설사를 잘 하는 분은 분리유청단백이 더 편할 때가 있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얼마나 먹어야 할까요?
성인의 단백질 권장량은 보통 체중 1kg당 하루 0.8g 정도로 이야기합니다. 체중이 60kg이면 하루 48g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최소 필요량에 가깝습니다.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식사량이 줄어든 중장년층이라면 체중 1kg당 1.0~1.5g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 20g은 닭가슴살 약 80~100g, 달걀 3개 안팎, 두부 반 모 정도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유청단백질 한 스쿱에도 보통 단백질이 20~25g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식사로 충분히 먹는 날에는 굳이 더할 필요가 없고, 아침을 커피로 넘기거나 고기·생선·달걀을 거의 못 먹는 날에는 빈칸을 메우는 식으로 쓰는 게 현실적입니다.
근육에는 도움이 되지만, 운동이 같이 가야 합니다
유청단백질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류신이라는 아미노산이 비교적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류신은 근육 단백질 합성을 자극하는 데 관여합니다. 그래서 운동 후 단백질 20~25g 정도를 챙기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단백질만 먹는다고 근육이 저절로 붙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미 식사로 단백질을 충분히 드시는 분이라면 유청단백질만 추가해도 체감 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근육은 자극을 받아야 유지되고 커집니다. 스쿼트, 계단 오르기, 밴드 운동, 가벼운 아령처럼 몸에 적당한 저항을 주는 운동이 함께 있어야 단백질도 제 역할을 하기 쉽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50대 이후에는 같은 양을 먹어도 근육 합성 반응이 둔해질 수 있고, 65세 이후에는 근감소가 생활 기능과 바로 연결됩니다. 의자에서 일어나기, 장바구니 들기, 계단 오르기가 버거워졌다면 단백질 양만 볼 게 아니라 하체 근력 운동을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분은 조심해서 골라야 합니다
유청단백질은 많은 사람에게 무난한 편이지만 모두에게 맞는 식품은 아닙니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피해야 합니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분은 복부팽만, 가스, 설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는 양을 줄이거나 분리유청단백, 또는 다른 단백질 식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만성콩팥병으로 단백질 제한을 들은 적이 있는 분
- 간질환, 신장질환으로 진료 중인 분
-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분
- 복용 중인 약이 많거나 파킨슨병 약처럼 단백질과 시간 조절이 필요한 약을 드시는 분
-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이라 보충제 선택이 조심스러운 분
이런 경우에는 제품을 먼저 사기보다 진료 때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콩팥 기능이 떨어진 분에게 단백질은 무조건 많이 먹을수록 좋은 영양소가 아닙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성분표가 더 중요합니다
유청단백질 제품은 맛을 내기 위해 당류, 향료, 감미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중 조절을 위해 샀는데 당이 많은 제품을 고르면 기대와 다르게 갈 수 있습니다. 1회 제공량당 단백질이 몇 g인지, 당류가 얼마나 되는지, 카페인이나 크레아틴 같은 추가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운동선수나 약물 검사와 관련 있는 직업이라면 제3자 검사를 받은 제품인지도 봐야 합니다. 일반 소비자도 제조사, 원료, 성분표가 불명확한 제품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보충제는 약처럼 엄격하게 관리되는 영역이 아니어서, 광고 문구보다 라벨을 보는 쪽이 더 믿을 만합니다.
유청단백질은 바쁜 날의 단백질 빈칸을 메워주는 꽤 편한 도구입니다. 다만 식사가 엉망인 상태에서 가루만 더한다고 몸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밥상에 달걀, 생선, 두부, 콩, 살코기 같은 단백질이 자주 올라오고, 거기에 걷기와 근력 운동이 조금씩 붙을 때 유청단백질도 제자리를 찾습니다. 내 몸에 필요한 만큼만 쓰는 것이 가장 오래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