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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살은 빠진다는데 정말 계속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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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살은 빠진다는데 정말 계속해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진료실 옆에서 상담을 듣다 보니, “밥만 끊으면 금방 빠진다던데 저도 저탄고지 해도 되나요?” 하고 묻는 분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40~50대에서 혈당, 복부비만, 지방간 이야기를 한 번쯤 들은 뒤에 관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사실 저탄고지는 단순히 고기 많이 먹는 식단이 아니라, 탄수화물을 크게 줄이고 지방 비율을 높여 몸이 에너지를 쓰는 방식을 바꾸는 식사법에 가깝습니다.

저탄고지는 어느 정도로 탄수화물을 줄이는 걸까요?

일반적인 케토제닉 식단은 하루 탄수화물을 20~50g 정도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밥 한 공기 탄수화물이 대략 65g 안팎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강한 제한입니다. 하버드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의 Nutrition Source 자료에서도 케토 식단은 보통 지방 70~80%, 탄수화물 5~10%, 단백질 10~20% 비율로 설명됩니다.

그런데 우리 식사는 밥, 국수, 빵뿐 아니라 과일, 고구마, 콩, 우유에도 탄수화물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밥만 줄였는데 왜 케토가 안 되지?” 하는 일이 생깁니다. 반대로 너무 엄격하게 줄이면 처음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두통, 피로감, 변비, 입마름, 집중력 저하가 올 수 있습니다. 흔히 ‘키토 플루’라고 부르는 불편감입니다.

처음 체중이 줄어드는 이유는 지방만 빠져서가 아닙니다

저탄고지를 시작하면 1~2주 안에 체중계 숫자가 빠르게 내려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때는 체지방도 일부 줄 수 있지만, 몸속에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과 물이 함께 빠지는 영향도 큽니다. 그래서 초반 2~3kg 변화만 보고 “나한테 완전히 맞는다”고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연구들을 보면 저탄수화물 식단이 단기간 체중, 중성지방,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분명 있습니다. 다만 1년 이상 비교하면 저지방 식단이나 균형 잡힌 칼로리 제한 식단과 차이가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오래 이어갈 수 있는지, 혈액검사 수치가 나빠지지 않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런 분들은 시작 전에 꼭 의료진과 상의가 필요합니다

저탄고지는 누구에게나 가볍게 권할 수 있는 식단은 아닙니다. 특히 약을 먹고 있는 분은 식단 변화만으로도 혈당이나 혈압이 예상보다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 당뇨약, 특히 인슐린이나 설폰요소제 계열 약을 쓰는 경우
  • 신장 기능이 떨어졌거나 단백뇨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경우
  • 간질환, 췌장질환, 담낭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 통풍이나 요산 수치 상승이 있었던 경우
  • 임신 중, 수유 중, 성장기 청소년인 경우
  •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특히 1형 당뇨가 있거나 인슐린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케톤산증이라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비당뇨인에게도 장기간 매우 낮은 탄수화물 섭취 뒤 케톤산증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어요. 숨이 가쁘고, 심하게 메스껍고, 복통이 있거나, 의식이 멍해지는 느낌이 있다면 식단 문제가 아니라 진료가 필요한 신호로 봐야 합니다.

저탄고지를 한다면 ‘기름의 종류’가 꽤 중요합니다

솔직히 많은 분들이 저탄고지를 삼겹살, 버터, 치즈, 베이컨 중심으로 시작합니다. 맛은 쉽지만 LDL 콜레스테롤이 올라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원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던 분은 2~3개월 뒤 검사에서 놀라는 경우가 있어요.

가능하면 지방의 중심을 올리브오일, 견과류, 아보카도, 등푸른 생선, 달걀, 두부 같은 쪽으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채소도 빠지면 안 됩니다. 잎채소, 브로콜리, 오이, 버섯, 애호박처럼 전분이 적은 채소를 매끼 넣어야 변비와 미량영양소 부족을 줄일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인다고 식이섬유까지 줄어들면 장이 먼저 불편해집니다.

병원에 가야 하는 기준을 미리 정해두면 덜 불안합니다

저탄고지를 시작했다면 4~12주 사이에 몸무게만 보지 말고 혈압,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간수치, 신장기능, 요산, 지질검사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가볍다고 느껴도 LDL 콜레스테롤이나 요산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증상이 있으면 식단을 잠시 멈추고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어지러움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반복적인 구토가 있거나, 심한 변비와 복통이 지속되거나, 두근거림이 잦거나, 소변량이 확 줄거나, 다리 경련이 심해지는 경우입니다. 당뇨가 있는 분은 저혈당 증상인 식은땀, 손떨림, 갑작스러운 허기, 혼란감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참고한 기준은 Harvard Nutrition Source의 ketogenic diet review처럼 공개된 영양 자료와 임상에서 흔히 보는 검사 항목들입니다. 저탄고지는 어떤 사람에게는 식욕을 줄이고 체중 감량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오래 가려면 ‘탄수화물을 얼마나 끊느냐’보다 ‘내 몸의 검사 수치와 생활 리듬을 망치지 않느냐’를 같이 봐야 합니다. 저는 밥을 완전히 적으로 만들기보다, 흰쌀밥 양을 줄이고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챙기는 현실적인 방식에서 시작하는 쪽이 더 오래 간다고 느낍니다.

저탄고지, 살은 빠진다는데 정말 계속해도 괜찮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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