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영양제, 먹기 전에 무엇부터 확인하고 계신가요?

얼마 전 의원 대기실에서 머리카락이 갑자기 많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연달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샴푸를 바꿨고, 검은콩도 먹고, 탈모영양제도 주문했는데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머리카락 문제는 눈에 바로 보이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영양제부터 고르기 전에 먼저 봐야 할 건 ‘내가 정말 영양이 부족해서 빠지는 상황인가’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모두 같은 탈모는 아닙니다
미국피부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50~100가닥 정도 빠지는 것은 흔한 범위로 봅니다. 문제는 평소보다 훨씬 많이 빠지거나, 특정 부위가 비어 보이거나, 두피가 가렵고 붉어지는 변화가 함께 있을 때입니다. 출산, 고열을 동반한 감염, 큰 수술, 급격한 체중감량, 심한 스트레스 뒤에는 2~3개월쯤 지나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시간이 지나며 6~9개월 사이에 서서히 회복되는 흐름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마선이 점점 뒤로 가거나 정수리 숱이 얇아지는 양상은 유전성 탈모일 수 있습니다. 원형으로 동그랗게 빠지는 경우, 두피 통증이나 각질·진물이 있는 경우, 흉터처럼 매끈하게 비어 보이는 경우는 영양제만 기다리기보다 피부과 진료가 더 우선입니다.
탈모영양제 성분, 이름보다 부족 여부가 더 중요합니다
탈모영양제 광고에서 자주 보이는 성분은 비오틴, 아연, 철, 비타민D, 단백질, 콜라겐, 오메가3 등입니다. 이 성분들이 몸에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카락은 단백질을 바탕으로 자라고, 철이나 아연 같은 미네랄도 세포 성장에 관여합니다. 다만 ‘필요한 성분’이라는 말과 ‘누구에게나 더 먹으면 머리가 난다’는 말은 다릅니다.
비오틴을 예로 들면 성인의 하루 충분섭취량은 대략 30마이크로그램입니다. 익힌 달걀 1개에는 약 10마이크로그램, 익힌 소간 85g에는 약 30.8마이크로그램, 연어 85g에는 약 5마이크로그램 정도가 들어 있습니다. 보통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 비오틴 결핍은 드문 편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에서도 건강한 사람의 모발 건강을 위해 비오틴 보충제가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비오틴은 안전해 보여도 검사에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오틴은 수용성 비타민이라 비교적 가볍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고함량 비오틴은 갑상선 검사, 비타민D 검사, 심장질환 평가에 쓰이는 일부 혈액검사 결과를 실제와 다르게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이나 병원 검사를 앞두고 있다면 복용 중인 탈모영양제 이름과 함량을 의료진에게 꼭 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5,000마이크로그램, 10,000마이크로그램처럼 숫자가 큰 제품은 ‘많을수록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엔 영양제를 고르기 전에 검사를 생각해볼 만합니다
상담을 옆에서 보다 보면, 피곤하고 머리카락도 빠지니 일단 종합영양제를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빈혈, 갑상선 기능 이상, 다이어트로 인한 단백질 부족, 생리량 증가, 수면 부족, 약물 변화가 숨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영양제 하나로 방향을 잡기 어렵습니다.
- 3개월 이상 빠지는 양이 뚜렷하게 많다
- 정수리나 가르마가 예전보다 넓어졌다
- 동전 모양으로 한 부위가 비어 보인다
- 두피가 가렵거나 아프고 각질, 진물, 붉어짐이 있다
- 최근 5kg 이상 급격히 감량했거나 식사량이 크게 줄었다
- 출산, 고열, 수술, 큰 스트레스 뒤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 생리량이 많거나 어지럼, 숨참, 심한 피로가 함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병원에서 혈액검사로 빈혈, 저장철, 갑상선, 비타민D 등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빠지는 양과 기간, 동반 증상에 따라 확인할 항목이 달라집니다.
탈모영양제를 먹는다면 이렇게 고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이미 먹어보고 싶다면 제품을 고를 때 ‘모발 성장 보장’ 같은 문구보다 함량표를 먼저 보는 게 좋습니다. 비오틴, 아연, 셀레늄, 비타민A는 과하게 들어간 제품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비타민A와 셀레늄은 부족해도 문제지만 과해도 탈모와 관련될 수 있어 고함량을 오래 먹는 방식은 조심해야 합니다.
또 여러 제품을 겹쳐 먹는 경우가 흔합니다. 종합비타민, 탈모영양제, 피부·손톱 영양제를 같이 먹으면 같은 성분이 중복될 수 있습니다. 제품 1개만 볼 때는 괜찮아 보여도 합치면 꽤 높은 양이 됩니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 항경련제나 갑상선약을 복용 중인 분, 만성질환으로 약을 꾸준히 먹는 분은 시작 전에 약사나 의사에게 성분표를 보여주는 게 낫습니다.
식사와 생활습관은 느리지만 꽤 단단한 바탕이 됩니다
머리카락은 몸에서 생명 유지에 가장 급한 조직은 아닙니다. 그래서 식사량이 줄거나 잠이 무너지거나 몸이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카락 쪽으로 가는 여유가 먼저 줄어드는 느낌이 납니다. 단백질은 매끼 손바닥 반 정도의 생선, 달걀, 두부, 살코기, 콩류로 나누어 먹는 방식이 좋습니다. 철분은 살코기, 조개류, 콩류, 시금치 등에 들어 있고, 비오틴은 익힌 달걀, 견과류, 연어, 고구마 같은 음식에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샴푸 횟수 때문에 탈모가 생긴다고 걱정하는 분도 많은데, 샴푸 때 빠지는 머리카락은 이미 빠질 준비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두피에 기름과 염증이 쌓이면 불편감이 커질 수 있어 본인 두피 상태에 맞게 씻는 편이 낫습니다. 머리를 세게 묶는 습관, 잦은 탈색과 열기구, 손톱으로 긁는 버릇도 줄이는 게 좋습니다.
탈모영양제는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보조 역할에 가깝습니다. 빠지는 양이 갑자기 늘었을 때 바로 제품을 늘리기보다, 최근 3개월의 몸 상태를 같이 떠올려보면 길이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잠, 식사, 체중 변화, 스트레스, 약 복용, 두피 증상까지 같이 보면 영양제가 필요한 상황인지, 진료가 먼저인 상황인지 훨씬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Biotin Fact She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