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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살은 빠진다는데 내 몸에도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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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살은 빠진다는데 내 몸에도 맞을까요?

얼마 전 진료실 옆에서 상담을 듣다 보니, “밥만 끊으면 되는 거죠?” 하고 묻는 분이 있었습니다. 저탄고지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밥을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지방을 어떤 음식으로 채우는지, 변비나 어지럼 같은 신호가 생기는지, 당뇨약이나 혈압약을 먹고 있는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저탄고지는 탄수화물을 얼마나 줄이는 식사일까요?

저탄고지는 말 그대로 탄수화물은 낮추고 지방 섭취 비율을 높이는 식사입니다. 일반적인 식사에서 탄수화물이 하루 열량의 50~60% 정도를 차지한다면, 저탄수 식사는 대개 그보다 훨씬 낮춥니다. 더 강한 형태인 케토 식단은 하루 탄수화물을 20~50g 정도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밥 한 공기 탄수화물이 대략 65g 안팎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큰 변화입니다.

탄수화물이 줄면 몸은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쓰게 되고, 이 과정에서 케톤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체중이 빨리 줄어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때 빠지는 무게에는 체지방뿐 아니라 몸속 수분도 섞여 있습니다. “3일 만에 2kg 빠졌다”는 경험이 꼭 지방 2kg이 줄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효과가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방식이 중요합니다

사실 저탄고지가 전혀 근거 없는 유행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단 음료, 과자, 흰빵, 야식처럼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음식을 많이 먹던 분은 탄수화물의 질과 양을 줄이면서 체중과 혈당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당뇨병학회 자료에서도 당뇨병이나 당뇨 전 단계에서 탄수화물 총량을 줄이는 방식이 혈당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근데 여기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인 자리를 삼겹살, 버터, 가공육, 치즈로만 채우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포화지방이 많아지면 LDL 콜레스테롤이 오르는 사람이 있고, 채소와 통곡물, 과일을 너무 줄이면 식이섬유와 미량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저탄고지라도 고등어, 달걀, 두부, 견과류, 올리브오일, 아보카도, 잎채소를 곁들이는 식사와 베이컨 위주의 식사는 몸에 남기는 결과가 다릅니다.

처음 시작할 때 흔한 불편감

저탄고지를 시작한 뒤 1~2주 사이에 두통, 피로감, 입 냄새, 어지럼, 운동 능력 저하, 변비를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흔히 ‘케토 플루’라고 부르는 증상과 겹칩니다. 탄수화물이 줄면서 수분과 전해질 배출이 늘고, 장에 들어오는 식이섬유가 줄어 생기는 변화가 섞여 있습니다.

  • 물을 평소보다 너무 적게 마시면 두통과 어지럼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 채소를 거의 빼면 변비가 쉽게 옵니다.
  • 운동량이 많은 사람은 갑자기 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지방 섭취가 갑자기 늘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설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불편감이 가볍고 짧게 지나가면 식사 구성을 조정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한 구토, 극심한 갈증, 숨이 차거나 의식이 멍한 느낌, 가슴 통증이 있으면 식단 문제로만 넘기면 안 됩니다. 특히 당뇨가 있는 분은 케톤산증 같은 응급 상황과 구분이 필요합니다.

병원과 먼저 상의해야 하는 경우

저탄고지는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로 권할 수 있는 식사법이 아닙니다. 당뇨약 중 인슐린, 설폰요소제, SGLT2 억제제를 쓰는 분은 탄수화물을 갑자기 줄였을 때 저혈당이나 케톤 관련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약 조절 없이 식단만 확 바꾸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 당뇨병으로 약을 복용 중인 분
  • 만성콩팥병, 신장결석 병력이 있는 분
  • 간 질환, 췌장염 병력이 있는 분
  •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
  • 성장기 청소년, 식사장애 경험이 있는 분
  • LDL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분

이 경우에는 시작 전 혈당, 신장 기능, 간 수치, 지질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미 시작했다면 4~12주 안에 몸무게만 보지 말고 혈액검사를 같이 보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체중은 줄었는데 LDL 콜레스테롤이 크게 오르는 분도 실제로 있습니다.

오래 가는 식사로 만들려면

저탄고지를 꼭 ‘밥 금지’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분에게는 극단적인 케토보다 흰쌀밥 양을 줄이고, 단 음료와 간식을 끊고, 단백질과 채소를 충분히 넣는 방식이 더 오래 갑니다. 예를 들면 밥을 반 공기로 줄이고, 생선이나 두부를 한 접시 넣고, 나물이나 샐러드를 넉넉히 먹는 식입니다. 빵을 먹는다면 달달한 크림빵보다 통곡물빵에 달걀과 채소를 곁들이는 쪽이 낫습니다.

실패하는 패턴도 꽤 비슷합니다. 평일에는 탄수화물을 거의 끊었다가 주말에 폭식하고, 다시 죄책감 때문에 더 강하게 제한하는 흐름입니다. 이러면 몸도 마음도 지칩니다. 식단은 성격 싸움이 아니라 환경 조절에 가깝습니다. 집에 단 음료를 두지 않고, 외식할 때 면을 곱빼기로 시키지 않는 작은 선택이 오래 갑니다.

저탄고지는 어떤 사람에게는 체중과 혈당을 조절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도구는 쓰는 사람의 몸 상태에 맞아야 합니다. 밥을 줄였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는 일입니다. 식사법이 나를 몰아붙이는 규칙이 되기보다, 혈액검사와 컨디션을 보며 조절하는 생활 방식에 가까울 때 훨씬 건강하게 이어집니다.

참고한 자료: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Nutrition Source,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nutrition therapy consensus report, Mayo Clinic ketogenic diet safety information.

저탄고지, 살은 빠진다는데 내 몸에도 맞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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