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다이어트, 살은 빠지는데 계속 해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의원에서 체중 감량 상담을 듣다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밥을 거의 끊고 삼겹살이랑 계란 위주로 먹었더니 3주 만에 4kg이 빠졌어요. 근데 계속 이렇게 먹어도 되나요?” 사실 저탄고지다이어트는 처음에는 변화가 꽤 빨리 보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분들이 기대도 크고, 동시에 불안도 같이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탄고지는 말 그대로 탄수화물은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더 엄격하게 하면 케토제닉 식단처럼 탄수화물을 하루 20~50g 안팎으로 제한하기도 합니다. 밥 한 공기에 탄수화물이 대략 65g 정도 들어 있으니, 꽤 큰 변화죠.
처음에 체중이 빨리 줄어드는 이유가 뭘까요?
저탄고지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초반 1~2주에 체중계 숫자가 빠르게 내려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때 빠지는 무게가 전부 체지방은 아닙니다. 우리 몸은 탄수화물을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는데, 글리코겐은 물을 함께 붙잡고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확 줄이면 저장된 글리코겐과 수분이 같이 줄면서 체중이 먼저 내려갈 수 있습니다.
물론 식욕이 줄어 전체 섭취 열량이 감소하면 지방도 빠질 수 있습니다. 단백질과 지방이 포만감을 오래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줄였기 때문에 무조건 살이 빠진다”보다는, 결국 먹는 양과 지속 가능성이 함께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게 더 현실적입니다.
좋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방식이 중요합니다
저탄고지 식단을 하면서 빵, 과자, 단 음료, 야식이 줄어드는 분들은 혈당 변동이 덜하고 식사 조절이 쉬워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흰쌀밥을 많이 먹고 간식까지 자주 먹던 분이라면, 탄수화물의 질과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방을 어떤 음식으로 채우느냐입니다. 버터, 베이컨, 가공육, 기름진 붉은 고기 위주로 오래 가면 LDL 콜레스테롤이 오를 수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는 포화지방을 줄이고 불포화지방으로 바꾸는 식사 패턴을 권합니다. 그래서 저탄고지를 하더라도 올리브유, 견과류, 생선, 아보카도, 두부, 달걀, 채소를 중심에 두는 편이 더 낫습니다.
이런 분들은 시작 전에 꼭 확인이 필요합니다
저탄고지다이어트가 모든 사람에게 편한 방식은 아닙니다. 특히 당뇨약을 먹는 분은 탄수화물을 갑자기 줄였을 때 저혈당이 올 수 있습니다.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약을 복용 중이라면 드물지만 케톤산증 위험도 이야기됩니다. 이건 단순히 “기운이 없다” 수준이 아니라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 당뇨병으로 약이나 인슐린을 쓰는 분
- 신장질환, 간질환, 췌장질환 병력이 있는 분
-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
- 섭식장애 경험이 있거나 식사 제한에 취약한 분
-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분
이런 경우에는 혼자 강하게 시작하기보다 주치의와 현재 약, 혈액검사 수치, 목표 체중을 같이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간수치, 신장기능은 시작 전과 2~3개월 뒤에 비교해보면 몸의 반응을 더 차분하게 볼 수 있습니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초반에는 두통, 입마름, 변비, 어지러움, 집중력 저하를 겪는 분들이 있습니다. 흔히 ‘키토 플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수분과 전해질 변화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식단을 너무 급하게 바꾸었거나 채소, 수분, 염분 균형이 무너졌을 때 더 잘 나타납니다.
다만 심한 구토, 복통, 숨이 가쁘거나 가슴이 두근거림, 의식이 멍해짐, 소변량 감소가 생기면 식단 적응으로 넘기면 안 됩니다. 당뇨가 있는 분에게 이런 증상이 생기면 더 빨리 진료가 필요합니다. 체중 감량보다 먼저 봐야 할 건 몸이 버틸 수 있는 방식인지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극단’보다 ‘조절’이 오래 갑니다
상담실에서 오래 유지하는 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밥을 완전히 끊기보다 양을 줄이고, 단백질을 끼니마다 챙기고, 채소를 빼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밥은 반 공기, 단백질은 손바닥 크기, 채소는 두 주먹 정도로 잡는 식입니다. 여기에 튀김이나 가공육 대신 생선, 닭고기, 두부, 달걀, 콩류를 섞으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저탄고지다이어트를 꼭 해보고 싶다면 처음부터 탄수화물을 20g까지 낮추기보다, 단 음료와 간식을 먼저 끊고 밥·면·빵의 양을 20~30% 줄이는 정도로 시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몸이 편하고 검사 수치도 안정적이면 그다음 단계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Mayo Clinic, Harvard Health, American Heart Association 자료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비슷합니다. 체중보다 식사의 질, 포화지방 과다, 개인 질환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관련 자료는 Harvard Health, Mayo Clinic,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탄고지는 누군가에게는 식욕 조절에 맞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모두에게 맞는 답은 아닙니다. 오래 갈 식사법은 체중계 숫자만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혈액검사와 컨디션, 식사 만족감이 함께 무너지지 않는 방식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