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도시락, 매일 먹어도 괜찮을까요?

요즘 진료실 옆에서 상담을 듣다 보면 도시락을 직접 싸 온다는 분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특히 밥은 줄이고 달걀, 고기, 아보카도, 치즈를 넣은 저탄고지도시락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체중이 빨리 줄었다는 분도 있고, 오후 졸림이 덜하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변비가 심해졌거나 입맛이 너무 기름진 쪽으로만 가서 오래 못 하겠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탄고지는 말 그대로 탄수화물은 낮추고 지방 비율을 높이는 식사 방식입니다. 다만 사람마다 ‘낮다’의 기준이 다릅니다. 어떤 분은 밥 반 공기를 줄인 정도이고, 어떤 분은 하루 탄수화물을 20~50g 안팎으로 강하게 제한합니다. 같은 저탄고지도시락이라고 불러도 몸에 주는 부담은 꽤 다를 수 있습니다.
저탄고지도시락이 잘 맞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흰쌀밥, 빵, 면, 달달한 음료를 자주 먹던 분이 도시락을 바꾸면 초반에는 몸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변화의 일부는 체지방만 빠진 게 아니라 몸속 수분이 함께 줄어드는 영향도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저장된 글리코겐이 줄고, 이때 물도 같이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점심 식사 뒤에 졸림이 심한 분, 간식을 계속 찾는 분, 혈당 변동이 큰 편인 분에게는 탄수화물의 양과 질을 조절하는 식사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 당뇨병 약을 먹고 있거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분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식사량을 확 줄였는데 약은 그대로면 저혈당이 올 수 있어서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도시락을 어떻게 구성하면 덜 무리일까요?
저탄고지도시락을 기름진 음식으로만 채우면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삼겹살, 소시지, 베이컨, 버터, 치즈만 반복하면 포화지방과 나트륨이 쉽게 늘어납니다. 미국심장협회도 포화지방을 줄이고 불포화지방으로 바꾸는 방향을 권합니다. 쉽게 말하면 버터와 가공육보다 올리브오일, 견과류, 생선, 아보카도 쪽이 낫다는 뜻입니다.
한 끼 예시는 이렇게 잡을 수 있습니다
- 단백질: 달걀 1~2개, 닭가슴살, 두부, 연어, 고등어, 살코기 중 하나
- 채소: 잎채소, 오이, 브로콜리, 버섯, 파프리카처럼 씹을 수 있는 채소 2줌 이상
- 지방: 올리브오일 1큰술, 견과류 한 줌의 절반, 아보카도 1/2개 정도
- 탄수화물: 활동량이 있으면 현미밥 1/3공기, 콩, 고구마 작은 것처럼 천천히 소화되는 음식 소량
솔직히 도시락은 맛이 없으면 지속이 안 됩니다. 그래서 닭가슴살만 버티기보다 생선, 두부, 달걀, 불고기용 살코기를 번갈아 쓰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양념은 설탕 많은 소스보다 간장, 식초, 겨자, 허브, 후추를 이용하면 탄수화물과 나트륨을 동시에 줄이기 쉽습니다.
주의가 필요한 몸 상태도 있습니다
저탄고지가 모두에게 맞는 식사는 아닙니다. 특히 1형 당뇨병,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경우, 신장질환, 간질환, 담낭질환, 췌장염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혼자 강하게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고지혈증이 있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분도 2~3개월 뒤 혈액검사로 변화를 확인하는 게 현실적인 기준입니다.
근데 몸이 보내는 신호도 꽤 중요합니다. 심한 어지럼, 두근거림, 구토, 복통, 과한 갈증, 소변 증가, 숨이 가쁜 느낌, 의식이 멍해지는 느낌이 있으면 식단 적응이라고 넘기면 안 됩니다. 당뇨가 있는 분에게 이런 증상은 케톤산증 같은 응급 상황과도 겹칠 수 있어 바로 진료가 필요합니다.
- 변비가 1주 이상 심해지고 복통이 동반될 때
- 기름진 식사 뒤 오른쪽 윗배 통증이나 메스꺼움이 반복될 때
- 혈당이 평소와 다르게 낮거나 높게 흔들릴 때
- 체중이 너무 빠르게 줄고 피로가 심해질 때
- 검사에서 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뚜렷하게 오를 때
오래 가져가려면 ‘극단’보다 조절이 낫습니다
저탄고지도시락을 시작한다면 처음부터 밥을 완전히 끊기보다 절반, 그다음 1/3공기처럼 줄여 보는 방식이 덜 흔들립니다. 운동을 하는 날과 안 하는 날의 탄수화물 양을 똑같이 잡을 필요도 없습니다. 많이 걷거나 근력운동을 한 날에는 콩, 잡곡밥, 고구마 같은 탄수화물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오래 본 바로는, 가장 오래 가는 식사는 이름이 화려한 식단이 아니라 생활에 들어맞는 식사였습니다. 점심 도시락 하나로 몸이 전부 바뀌지는 않지만, 매일 반복되는 한 끼가 혈당, 포만감, 체중,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합니다. 저탄고지도시락도 무조건 좋다거나 나쁘다고 보기보다 내 검사 수치와 컨디션에 맞춰 조절하는 식사로 보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참고한 자료: Mayo Clinic 저탄수화물 식단 안내 https://www.mayoclinic.org/healthy-lifestyle/weight-loss/in-depth/low-carb-diet/art-20045831, American Heart Association 포화지방 안내 https://www.heart.org/en/healthy-living/healthy-eating/eat-smart/fats/saturated-fats,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케톤산증 안내 https://diabetes.org/living-with-diabetes/complications/ketoacidosis-dk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