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베페 베이비페어, 아기용품 고르기 전에 건강 기준부터 챙기고 계신가요?

얼마 전 진료실 옆 상담 자리에서 예비 부모님이 유모차와 카시트 사진을 한가득 보여주신 적이 있습니다. 제49회 베페 베이비페어에 다녀왔다며 가격은 괜찮은지, 꼭 사야 하는 품목은 무엇인지 묻는 이야기였는데요. 사실 이런 박람회는 물건을 싸게 사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아기와 엄마의 생활을 미리 그려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제49회 베페 베이비페어는 코엑스 안내 기준으로 2026년 4월 2일부터 4월 5일까지 서울 코엑스 Hall A에서 열린 행사였습니다. 베페 결과보고 기준으로 나흘 동안 4만 명이 넘는 참관객이 다녀갔고, 토요일과 일요일 방문 비중이 특히 높았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만큼 미리 기준을 세워 가지 않으면 필요한 것보다 눈에 띄는 것을 먼저 사기 쉽습니다.
베이비페어에서 먼저 볼 것은 가격보다 안전입니다
아기용품은 예쁘고 가벼운 것도 중요하지만, 몸을 지지하는 제품은 안전 기준이 먼저입니다. 특히 카시트, 유모차, 아기침대, 바운서처럼 아이가 오래 눕거나 앉는 제품은 단순 편의용품이 아니라 생활 속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카시트는 아이의 월령보다 몸무게와 키 범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신생아용, 영아용, 주니어용이라는 말만 보고 고르면 실제 체형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모차는 접히는 방식보다 브레이크가 잘 잡히는지, 손잡이 높이가 보호자에게 무리가 없는지, 한 손 조작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 카시트는 인증 여부, 장착 방식, 아이 체중 범위를 확인합니다.
- 유모차는 바퀴 흔들림, 브레이크, 폴딩 후 잠금장치를 직접 만져봅니다.
- 아기침대와 매트는 틈, 높이, 난간 간격을 함께 봅니다.
- 중고처럼 전시 특가 제품은 구성품 누락과 교환 조건을 꼭 물어봅니다.
임신 중이라면 엄마 몸 상태를 기준으로 동선을 잡는 게 좋습니다
박람회장은 생각보다 많이 걷게 됩니다. 임신 중기 이후에는 평소보다 허리, 골반, 발목 부담이 커지기 쉽고,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피로감도 빨리 옵니다. 건강한 임신부라도 2~3시간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면 배 뭉침이나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행사 다녀온 뒤 밤에 다리가 너무 붓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특별한 이상이 아니라도 오래 서 있으면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규칙적인 배 뭉침, 질 출혈, 심한 복통, 숨이 차서 앉아도 가라앉지 않는 증상,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고 아픈 증상이 있다면 쇼핑 일정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 오전이나 이른 오후처럼 덜 붐비는 시간을 고릅니다.
- 물, 간단한 간식, 편한 신발을 준비합니다.
- 30~40분마다 앉아서 쉬는 시간을 넣습니다.
- 무거운 샘플과 구매품은 택배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기저귀·분유·스킨케어는 ‘많이’보다 ‘맞는지’가 중요합니다
베이비페어에서 가장 흔히 흔들리는 품목이 기저귀, 물티슈, 분유, 로션입니다. 묶음 할인 폭이 크면 많이 사두고 싶어지지요. 그런데 신생아 시기에는 피부와 소화 상태가 아이마다 꽤 다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한 제품이 우리 아이에게도 꼭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저귀는 허벅지와 허리 자국, 샘 방지, 발진 여부를 봐야 하고, 물티슈는 향료나 보존제에 예민한 아이도 있습니다. 로션과 크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토피 피부염 가족력이 있거나 이미 피부가 건조한 아이는 새 제품을 넓게 바르기보다 작은 부위에 먼저 써보는 방식이 더 무난합니다.
분유는 더 신중해야 합니다. 조제분유는 아이의 성장과 소화에 직접 연결됩니다. 수유 후 심한 구토가 반복되거나 혈변, 지속적인 설사, 체중 증가 부진이 있다면 제품을 바꿔가며 버티기보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상담을 받는 편이 좋습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안내에서도 영유아 식품과 위생은 보관, 조제, 사용기한 확인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현장 혜택은 좋지만 충동구매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49회 베페 베이비페어 결과보고를 보면 방문객 대부분이 사전 회원 또는 등록 경로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행사는 사전 이벤트, 현장 특가, 선착순 혜택이 많아서 체감상 “지금 사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기 쉽습니다. 근데 육아용품은 집 구조, 양육 방식, 차량 유무에 따라 쓸모가 크게 갈립니다.
방문 전에는 품목을 세 단계로 나누면 덜 흔들립니다. 출산 직후 바로 필요한 것, 3개월 안에 필요한 것, 나중에 아이 성향을 보고 사도 되는 것으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체온계, 기저귀 소량, 손수건, 수유 관련 기본 용품은 빠르게 필요할 수 있지만, 점퍼루나 대형 장난감은 아이 발달과 공간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 즉시 구매 품목은 예산 상한선을 정해둡니다.
- 큰 제품은 집 현관, 엘리베이터, 자동차 트렁크 크기를 미리 재봅니다.
- 소모품은 대용량보다 소량 테스트 후 추가 구매가 편합니다.
- 계약형 서비스는 해지 조건과 추가 비용을 먼저 확인합니다.
아기와 함께 간다면 감염과 컨디션도 챙겨야 합니다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아기와 사람이 많은 실내 행사장을 가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입니다. 특히 생후 100일 전후의 아기는 수유, 수면, 체온 조절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행사장 조명과 소음, 긴 이동 시간이 겹치면 집에 와서 더 보채거나 수유 리듬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감기 증상이 있는 보호자가 함께 가야 한다면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을 신경 쓰는 것이 좋습니다. 아기에게 열이 있거나, 기침이 심하거나, 먹는 양이 눈에 띄게 줄었거나, 평소보다 축 처져 보인다면 외출은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생후 3개월 미만 아기에게 38도 이상의 열이 나면 지켜보기보다 빠르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베이비페어는 잘 활용하면 출산과 육아 준비의 막막함을 줄여주는 자리입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할인율보다 우리 가족의 생활 방식, 엄마의 몸 상태, 아기의 안전과 피부·소화 반응을 먼저 놓고 보면 선택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실제 생활에 맞춰 하나씩 바꿔가는 여유도 육아 준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