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단백질, 고기 대신 먹어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진료실 옆에서 식단 상담을 듣고 있는데,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고기를 줄이고 싶은데 두부나 콩으로 단백질이 정말 채워지는지 모르겠다고요. 사실 식물성단백질은 요즘처럼 혈압, 콜레스테롤, 체중 관리를 함께 생각하는 분들에게 꽤 자주 나오는 주제입니다.
식물성단백질은 어디에 들어 있을까요?
식물성단백질은 말 그대로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단백질입니다. 대표적으로 콩, 두부, 된장, 청국장, 렌틸콩, 병아리콩, 완두콩, 견과류, 씨앗류, 통곡물에 들어 있습니다. 우리 식탁에서는 두부, 콩나물, 콩밥, 두유가 가장 익숙한 편이지요.
예를 들어 두부 반 모 정도에는 제품에 따라 대략 15g 안팎의 단백질이 들어 있습니다. 삶은 콩 한 컵도 꽤 든든한 단백질원이 됩니다. 달걀 1개가 보통 단백질 6g 안팎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콩 식품도 식사 구성에 따라 충분히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다만 식물성 식품은 단백질만 들어 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콩류에는 식이섬유, 칼륨, 마그네슘 같은 영양소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 자료에서도 콩류, 견과류, 통곡물 같은 식물성 단백질 식품은 심혈관 건강에 유리한 식사 패턴에 자주 포함된다고 설명합니다.
고기보다 무조건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조금 조심해야 합니다. 식물성단백질이 좋다는 말이 고기는 모두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생선, 달걀, 닭고기, 살코기처럼 질 좋은 동물성 단백질도 몸에 필요한 영양을 줍니다. 문제는 양과 종류입니다.
가공육을 자주 먹거나 기름진 붉은 고기를 매 끼니처럼 먹는 식습관이라면, 일부를 두부나 콩, 견과류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식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와 여러 영양 연구에서는 붉은 고기 일부를 콩류, 견과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로 바꾸는 식사가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근데 식물성 대체육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콩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나트륨이 높거나 포화지방, 첨가물이 많은 제품이 있습니다. 포장 앞면의 식물성이라는 말보다 영양성분표에서 단백질, 나트륨, 포화지방, 당류를 같이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단백질 양은 어느 정도 챙기면 될까요?
성인의 단백질 필요량은 체중, 나이, 활동량, 질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는 체중 1kg당 하루 0.8g 안팎이 자주 기준으로 쓰입니다. 체중 60kg인 사람이라면 하루 약 48g 정도가 하나의 기준이 됩니다. 운동량이 많거나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식물성단백질을 챙길 때는 한 끼에 몰아서 먹기보다 나누어 먹는 것이 편합니다. 아침에 두유나 콩 넣은 밥, 점심에 두부 반찬, 저녁에 렌틸콩이나 병아리콩을 곁들이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위에 부담이 덜하고, 단백질뿐 아니라 식이섬유 섭취도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 두부, 콩, 된장국처럼 익숙한 음식부터 시작합니다.
- 흰쌀밥에 콩이나 잡곡을 조금 섞으면 부담이 적습니다.
- 샐러드에는 닭가슴살만 고집하지 말고 병아리콩, 렌틸콩, 견과류를 더할 수 있습니다.
- 두유는 무가당 제품인지 확인하면 당 섭취를 줄이는 데 좋습니다.
속이 불편한 사람은 천천히 늘리는 게 좋습니다
콩류를 갑자기 많이 먹으면 더부룩함, 가스, 복부 팽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건 단백질 때문만은 아니고 식이섬유와 일부 탄수화물이 장에서 발효되기 때문입니다. 평소 콩을 거의 안 먹던 분이 갑자기 병아리콩 샐러드를 큰 그릇으로 먹으면 속이 불편할 수 있지요.
처음에는 양을 작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밥에 콩 한두 숟가락, 두부 몇 조각, 콩나물 한 접시 정도로 시작해 몸의 반응을 보는 식입니다. 렌틸콩이나 병아리콩은 충분히 불리고 익히면 소화가 조금 편해질 수 있습니다.
신장 질환이 있거나 칼륨 제한을 듣고 있는 분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콩류, 견과류, 두유에는 칼륨과 인이 꽤 들어 있을 수 있어 담당 의료진과 상의가 필요합니다. 통풍이 심한 분, 특정 콩 알레르기가 있는 분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본인 상태에 맞춰야 합니다.
식탁에서는 이렇게 바꾸면 부담이 적습니다
식물성단백질은 거창하게 비건 식단으로 바꿔야만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주일에 두세 끼만 바꿔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육볶음을 먹는 날을 모두 없애기보다, 한 번은 두부조림과 채소 반찬을 중심으로 먹는 식입니다.
고기를 먹는 날에도 양을 줄이고 콩 반찬을 더할 수 있습니다. 고기 1인분을 조금 줄이고 두부, 콩자반, 나물, 잡곡밥을 곁들이면 단백질과 포만감이 같이 올라갑니다. 솔직히 지속 가능한 식단은 참는 식단보다 바꾸기 쉬운 식단에 가깝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생활 교육 자료에서도 콩과 콩제품을 균형 잡힌 식사의 좋은 단백질 공급원으로 안내합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양이 맞는 것은 아니니, 체중 변화가 크거나 피로감이 심하거나 근육이 빠지는 느낌이 있다면 식사 기록을 며칠 적어보고 진료나 영양 상담 때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식물성단백질은 특별한 유행식이라기보다, 오래 먹어도 부담이 적은 식사 재료에 가깝습니다. 두부 한 접시, 콩 조금 섞은 밥, 무가당 두유 한 컵처럼 작게 시작해도 식탁은 꽤 달라집니다. 몸에 맞는 속도와 양을 찾는 것이 결국 오래 가는 식습관을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