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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달리기 마라톤 사망, 건강한 사람도 왜 갑자기 쓰러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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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달리기 마라톤 사망, 건강한 사람도 왜 갑자기 쓰러질 수 있을까요?

얼마 전 진료실 옆 상담 자리에서 러닝 이야기를 나누던 분이 있었습니다. 10km 대회를 준비 중인데, “젊고 평소 운동도 하는 사람도 마라톤 중에 쓰러질 수 있나요?”라고 묻더군요. 2026년 10월 1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서울달리기 하프코스 참가자가 20km를 넘긴 지점에서 쓰러져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라 더 무겁게 들린 질문이었습니다.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은 조사 중인 만큼 특정 질환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달리기 중 응급상황이 왜 생기는지, 우리가 어떤 신호를 조심해야 하는지는 차분히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도 위험 신호가 없을까요?

사실 오래 달리는 사람은 심폐기능이 좋고 회복도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운동을 잘한다”와 “응급상황이 절대 생기지 않는다”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마라톤이나 하프마라톤은 몸에 꽤 큰 부담을 줍니다. 하프코스는 약 21.1km이고, 기록을 목표로 달리면 심박수가 오랜 시간 높게 유지됩니다. 마지막 1~2km에서 속도를 끌어올리는 경우도 많아 심장, 체온 조절, 수분 균형에 부담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습니다.

젊은 참가자에게도 드물게 선천적 심장질환, 부정맥, 심근염 이후 회복 문제, 전해질 이상 같은 요인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장년층에서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흡연력, 가족력 같은 심혈관 위험요인이 더 중요해집니다. 문제는 이런 위험요인이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강한 운동 중에 처음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달리기 중 멈춰야 하는 신호는 꽤 분명합니다

러너들 사이에는 “조금 힘든 건 참아야 기록이 나온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근데 몸이 보내는 경고와 단순한 힘듦은 다릅니다.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운 정도는 운동 강도에 따라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가슴이 조이거나 어지럽고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은 그냥 넘기면 안 됩니다.

  • 가슴 통증, 압박감, 턱이나 왼팔로 뻗치는 불편감
  • 갑자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두근거림이 심해지는 느낌
  • 어지럼, 식은땀, 시야 흐림, 쓰러질 것 같은 느낌
  • 평소와 다른 숨참, 말이 잘 안 나올 정도의 호흡곤란
  • 몸이 비틀거리거나 방향감각이 떨어지는 느낌
  • 구역감, 오한, 혼란감이 더위나 탈수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

이런 증상이 있으면 기록은 내려놓고 멈추는 쪽이 맞습니다. 특히 가슴 통증이나 실신 느낌은 쉬면 괜찮아졌더라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질병관리청과 심장 관련 전문기관 안내에서도 운동 중 흉통, 실신, 심한 호흡곤란은 평가가 필요한 증상으로 봅니다.

물만 많이 마시면 안전하다는 생각도 조심해야 합니다

마라톤 응급상황을 떠올리면 탈수를 먼저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량이 줄고 체온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물만 과하게 마셔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장시간 운동 중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고, 두통이나 구역감, 혼란, 심한 경우 의식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통은 갈증, 날씨, 땀 배출량, 운동 시간에 맞춰 조금씩 마시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1시간을 훌쩍 넘기는 레이스라면 물과 함께 전해질 보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km마다 무조건 몇 컵”처럼 모든 사람에게 맞는 공식은 없습니다. 땀이 많은 사람, 체구가 작은 사람, 더위에 약한 사람, 기록을 노리는 사람은 필요한 양이 달라집니다.

대회 전 몸 상태 확인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대회 일주일 전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도 “접수비가 아까워서 뛰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솔직히 그 마음도 이해됩니다. 몇 달 준비한 대회라 포기하기 어렵지요. 하지만 열이 났거나 몸살이 있었거나, 코로나 같은 감염 뒤 회복이 덜 된 상태라면 강한 운동은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바이러스 감염 뒤 심장 근육에 염증이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강도 높은 운동과 만나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평소와 다른 피로감, 가슴 답답함, 안정 시 심박수 상승, 계단만 올라가도 숨이 찬 느낌이 있으면 대회 참가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특히 가족 중 젊은 나이에 갑자기 사망한 사람이 있거나, 본인이 실신을 겪은 적이 있거나, 운동 중 가슴 통증이 반복됐다면 심전도 등 기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에서는 빠른 신고와 AED가 생명을 가릅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사람이 쓰러졌을 때 주변 참가자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반응이 없고 정상 호흡이 아니라면 바로 119 신고, 심폐소생술,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이 중요합니다. 대한심폐소생협회 안내처럼 심정지 상황에서는 몇 분의 차이가 예후를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대회 주최 측은 의료 인력, AED 위치, 구급 동선, 후미와 결승 지점 관리까지 촘촘히 준비해야 하고, 참가자도 대회 안내문에서 응급 부스 위치를 한번쯤 확인해두면 좋습니다.

이번 서울 달리기 마라톤 사망 소식은 달리기를 겁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달리기는 혈압, 체중, 기분, 수면에 도움이 되는 좋은 운동입니다. 다만 좋은 운동도 몸의 신호를 무시하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기록보다 몸 상태를 먼저 보는 문화가 조금 더 당연해졌으면 합니다. 잘 쉬고, 천천히 올리고, 이상하면 멈추는 것.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그 태도가 가장 현실적인 훈련일 때가 많습니다.

서울 달리기 마라톤 사망, 건강한 사람도 왜 갑자기 쓰러질 수 있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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