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얼마나 천천히 해야 오래 갈까요?

상담 자리에서 체중 이야기가 나오면 “한 달 안에 몇 킬로그램을 빼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빨리 변화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다이어트가 일상에서 오래 가려면, 목표 숫자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의 식사와 움직임을 무리 없이 바꿀 수 있는지, 몸 상태는 괜찮은지입니다.
한 달 목표를 크게 잡아야 할까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체중을 주당 약 0.5~1kg씩 서서히 줄이는 사람이 빠르게 감량한 사람보다 줄인 체중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안내합니다. 누구나 매주 그만큼 빠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작 체중, 복용 중인 약, 수면, 질환에 따라 속도는 달라집니다. 어떤 주에는 체중계 숫자가 그대로여도 식사와 활동 습관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10kg 감량’만 바라보면 하루의 작은 변화가 보이지 않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80kg인 사람에게 5%는 4kg입니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는 과체중이나 비만이 있는 사람의 경우 체중의 5~10%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건강 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 수치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목표는 아닙니다. 체중이 이미 적정 범위이거나 성장기라면 감량 자체가 맞는 선택인지부터 상담하는 편이 좋습니다.
덜 먹기보다 식사 구성을 바꾸는 이유
밥을 아예 끊거나 저녁을 굶으면 처음 며칠은 체중이 빨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고픔이 쌓여 늦은 밤에 과자나 배달 음식을 더 먹게 된다면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평소 점심에 밥 한 공기와 국, 반찬을 먹는다면 밥을 무조건 빼기보다 양을 조금 조절하고 채소와 단백질 반찬을 함께 챙기는 식이 현실적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채소와 과일, 콩류, 통곡물처럼 다양한 식품을 먹고 당이 많은 음료와 음식을 줄이도록 권합니다. 이를 매 끼니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아도 됩니다. 점심에 채소 반찬을 하나 더 고르거나, 습관처럼 마시던 달콤한 음료를 물로 바꾸는 것도 시작입니다. 음료는 포만감이 적어 마신 양을 놓치기 쉬우니 평소 무엇을 얼마나 마시는지 한번 기록해 보면 좋습니다.
식사를 거르고 버티는 방식이 특히 힘든 분도 있습니다. 당뇨병 약을 쓰는 분, 임신·수유 중인 분, 다른 질환으로 식사 조절이 필요한 분은 일반적인 다이어트 식단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현재 치료와 식사 계획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진료실에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운동은 몇 분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매일 한 시간을 채우려 하면 일정이 한번 어긋난 뒤 포기하기 쉽습니다. 평소 거의 걷지 않았다면 저녁 식사 뒤 10~15분 걷기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시간이나 횟수를 늘리는 식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안내하는 성인의 일반적인 활동 기준은 일주일에 중간 강도 유산소 운동 150분과 근력 운동 2일입니다. 빠르게 걸으며 대화는 할 수 있지만 노래하기는 어려운 정도가 중간 강도를 가늠하는 한 방법입니다.
운동만으로 체중이 기대만큼 줄지 않아도 헛수고는 아닙니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건강에 이롭고, 줄인 체중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잠도 함께 챙겨야 합니다. 성인에게는 대체로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이 권장됩니다. 늦게 자는 날이 이어진다면 운동 시간을 더 늘리기 전에 잠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돌아볼 만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지나치지 마세요
체중계 숫자 하나로 다이어트의 성패를 판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날 짠 음식을 먹었거나 생리 주기에 따라 몸에 머무는 수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일의 오르내림에 마음이 크게 흔들린다면 같은 조건에서 주 1회 정도 확인하고, 함께 식사 습관이나 걷는 횟수도 살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반대로 식사량을 줄인 뒤 어지럼이나 심한 피로가 계속되고,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멈춘다면 몸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먹은 뒤 일부러 토하거나 하제에 의지하게 되는 경우도 빨리 의료진과 상의할 신호입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이런 변화가 섭식 문제와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다이어트를 쉬고 진료를 받는 일이 의지가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상담 자리에서 오래 기억하는 분들은 가장 빨리 체중을 줄인 분보다, 자신의 생활에 맞는 변화를 찾아간 분들입니다. 어제보다 조금 덜 무리하고, 식사를 조금 더 고르게 하고, 움직일 기회를 한 번 더 만든 날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