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하루 몇 분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의원에서 상담을 곁에서 듣다 보면 “운동을 해야 하는 건 아는데, 하루 30분도 못 채워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이미 지쳐 있는데, 운동복을 갈아입고 한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지요. 그렇다고 30분을 못 걸은 날이 아무 의미 없는 날은 아닙니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면 짧게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몇 분이 적당할까요?
처음부터 남이 하는 양을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다면 하루 10분 정도 걷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집 근처를 한 바퀴 돌거나, 점심을 먹고 잠깐 걷는 정도면 됩니다. 다음 날 피로가 심하지 않고 일상생활에도 무리가 없다면 걷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보는 식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중간 강도의 유산소 활동 150~300분과 주 2일 이상의 근력 운동을 권합니다. 150분은 주 5일에 나누면 하루 30분입니다. 다만 이 숫자는 처음 운동하는 사람이 첫 주부터 채워야 하는 숙제가 아닙니다. 지금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면 10분 걷기를 꾸준히 하는 편이 하루 무리해서 걷고 며칠을 쉬는 것보다 이어가기 쉬울 수 있습니다.
걷기만 운동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자전거 타기, 춤추기, 계단 오르기처럼 몸을 움직이는 활동도 포함됩니다. 장을 보러 갈 때 조금 더 걷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분에게는 생활 속에서 움직일 기회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 됩니다.
숨은 어느 정도 차야 할까요?
속도를 정할 때는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보세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소개하는 ‘대화 검사’에 따르면, 중간 강도 운동은 숨이 조금 차지만 말은 이어갈 수 있는 정도입니다. 노래까지 편하게 부를 수 있다면 강도가 가벼울 수 있고, 몇 마디도 하기 어렵다면 지금 몸에는 빠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산책길도 사람마다 강도가 다릅니다. 한 사람에게는 여유로운 걸음이 다른 사람에게는 숨찬 운동일 수 있지요. 그래서 남의 걸음 수나 속도보다 내 호흡과 몸 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걷기 전후에는 몇 분간 천천히 움직이며 속도를 바꾸면 몸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운동 다음 날 근육이 뻐근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통증 때문에 걷기 어렵거나, 운동할 때마다 같은 부위가 아프다면 강도와 동작을 조절하고 진료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통증을 참으며 운동량을 채울 이유는 없습니다.
걷기와 근력 운동을 어떻게 섞을까요?
걷기는 시작하기 편하지만, 근육을 쓰는 활동도 함께 챙기면 좋습니다. 근력 운동이라고 꼭 무거운 기구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앉기, 벽을 짚고 팔굽혀펴기, 가벼운 저항 밴드 당기기처럼 집에서 할 수 있는 동작도 있습니다. 동작 중에는 숨을 참지 말고, 자세가 흐트러지기 전 멈추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걷고 난 뒤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를 몇 차례 해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날에는 걷는 시간을 상황에 맞게 조절해도 됩니다. 처음에는 횟수보다 다음에도 할 수 있을 만큼의 부담인지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익숙해지면 시간이나 횟수를 조금씩 늘릴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균형을 잡는 활동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넘어질 걱정이 있다면 혼자 한 발로 서는 동작부터 하기보다 튼튼한 의자나 벽을 가까이 두고 안전하게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관절 질환이나 심장·폐 질환이 있거나 치료 중이라면, 현재 상태에 맞는 운동 종류와 강도를 진료 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운동 중 어떤 신호에는 멈춰야 할까요?
평소보다 숨이 조금 차는 것과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는 다릅니다. 운동 중 가슴이 조이거나 눌리는 느낌, 평소와 다른 심한 숨참, 어지럼, 실신할 듯한 느낌, 불규칙하게 심하게 뛰는 심장이 느껴지면 즉시 멈추고 의료진과 상담해야 합니다. 특히 가슴 통증이 몇 분 이상 계속되거나 식은땀·메스꺼움이 함께 나타나면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운동할 때마다 비슷한 가슴 불편감이 생겼다가 쉬면 나아지는 경우에도 그냥 넘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어떤 활동을 할 때 시작됐는지, 얼마나 지속됐는지를 기억해 진료 때 말하면 도움이 됩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인 만큼 몸의 신호를 살피며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오늘 10분 걸었다면 그 10분에서 다음 걸음을 찾으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