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운동, 걷기만 하는 분에게도 꼭 필요할까요?

진료실 옆에서 자주 들은 이야기
얼마 전 상담실에서 60대 환자분이 “저는 매일 1시간씩 걷는데 근력운동도 따로 해야 하나요?” 하고 물으셨어요. 사실 이런 질문은 꽤 자주 나옵니다. 걷기는 정말 좋은 운동입니다. 혈압, 혈당, 기분, 수면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요. 그런데 걷기만으로는 허벅지, 엉덩이, 등, 팔의 근육을 충분히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근력운동이라고 하면 무거운 바벨을 드는 장면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벽 짚고 팔굽혀 펴기, 밴드 당기기, 계단 오르기처럼 몸에 저항을 주는 움직임도 근력운동에 들어갑니다. 내 몸이 “조금 버겁지만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자극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왜 나이가 들수록 더 신경 써야 할까요?
근육은 그냥 힘을 쓰는 조직만은 아닙니다. 혈당을 저장하고 쓰는 데 관여하고, 관절을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넘어졌을 때 몸을 버티는 역할도 합니다. 보통 30대 이후부터 근육량은 서서히 줄 수 있고, 활동량이 적거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체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계단이 힘들어졌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근육은 줄고 지방은 늘어나는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허벅지와 엉덩이 힘이 줄면 무릎이 더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오래 걷고 난 뒤 피로가 크게 올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신체활동 지침에서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2일 이상, 큰 근육군을 쓰는 근력운동을 권합니다. 여기에 빠르게 걷기 같은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주 150분 정도 더하면 건강상 이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숫자를 들으면 부담스럽지만, 처음부터 완벽히 채우라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보다 조금 늘리는 것만으로도 몸은 반응합니다.
처음 시작한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운동을 오래 쉬었다면 첫 목표는 ‘세게’가 아니라 ‘다치지 않고 반복하기’가 좋습니다. 예를 들어 주 2회, 하루 15~25분 정도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한 동작을 8~12번 했을 때 마지막 2~3번이 약간 힘든 정도면 초보자에게는 꽤 괜찮은 강도입니다.
-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8~12회
- 벽 짚고 팔굽혀 펴기 8~12회
- 가벼운 물병 들고 팔 굽히기 8~12회
- 밴드나 수건을 잡고 등 쪽으로 당기기 8~12회
- 까치발 들기 10~15회
이렇게 4~5가지 동작을 1세트만 해도 시작으로는 괜찮습니다. 익숙해지면 2세트로 늘리고, 그다음에 무게나 횟수를 조금 올리는 식이 낫습니다. 근데 처음부터 욕심을 내면 근육통보다 관절 통증이 먼저 올 수 있습니다. 특히 무릎, 어깨, 허리가 원래 불편한 분은 동작 범위를 작게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통증과 운동 자극은 구분해야 합니다
근력운동을 하면 다음 날 뻐근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양쪽 근육이 비슷하게 묵직하고 2~3일 안에 줄어드는 느낌이라면 흔한 근육통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쪽 관절이 찌릿하거나, 붓거나, 움직일수록 통증이 심해진다면 운동을 이어가기보다 쉬면서 상태를 봐야 합니다.
운동 중 가슴 통증, 식은땀, 심한 숨참, 어지러움,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있으면 바로 멈추고 진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당뇨, 심장질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최근 수술이나 골절 병력이 있는 분은 시작 전에 주치의와 운동 범위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골다공증이 심한 분은 허리를 크게 굽히거나 비트는 동작을 조심해야 합니다.
근육은 운동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운동을 했는데 식사를 너무 적게 하면 몸이 회복할 재료가 부족합니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매 끼니 단백질을 조금씩 나누어 먹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달걀, 생선, 두부, 콩, 살코기, 그릭요거트 같은 음식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신장질환으로 단백질 제한을 들은 분은 개인 지침이 우선입니다.
수면도 생각보다 큽니다. 잠을 계속 부족하게 자면 운동을 해도 피로만 쌓이고 회복이 더딜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력운동을 생활에 붙일 때는 ‘주 2회 운동, 단백질 있는 식사, 무리하지 않는 수면 리듬’처럼 세 가지를 같이 보는 게 좋습니다.
근력운동은 젊고 건강한 사람만 하는 특별한 운동이 아닙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 덜 힘들고, 계단 앞에서 덜 망설이고, 넘어질 뻔한 순간에 몸을 붙잡아 주는 생활의 보험에 가깝습니다. 운동복을 갖추고 헬스장에 가야만 시작되는 것도 아니니, 오늘 의자에서 천천히 8번 일어나는 것부터 몸과 대화를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한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