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식, 적게 먹는 것보다 어떻게 차려야 오래 갈까요?

얼마 전 의원 대기실에서 식단표를 들고 오신 분이 있었는데, 아침은 방울토마토 5개, 점심은 닭가슴살 한 팩, 저녁은 고구마 반 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체중은 며칠 빠졌지만 오후마다 손이 떨리고, 밤에는 빵 생각이 너무 난다고 하셨어요. 사실 이런 다이어트식은 의지가 약해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몸이 오래 버티기 어려운 방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이어트식은 굶는 식사가 아니라 덜 흔들리는 식사입니다
체중을 줄이려면 먹는 양이 쓰는 양보다 조금 적어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가 너무 크면 몸은 피곤하고 예민해지고, 다음 식사에서 더 많이 먹고 싶어집니다. CDC도 건강한 체중 관리를 위해 식사, 신체활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를 함께 보며, 빠른 감량보다 주당 약 0.5~1kg 정도의 완만한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출처: https://www.cdc.gov/healthy-weight-growth/losing-weight/index.html
그래서 다이어트식의 기준은 칼로리만 낮은 음식이 아닙니다. 먹고 나서 3~4시간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단 음식 생각이 폭발하지 않고, 다음 끼니를 무너지지 않게 이어주는 식사가 더 현실적입니다. 샐러드만 먹었는데 1시간 뒤 과자가 당긴다면 그 샐러드는 내 몸에는 너무 가벼운 식사일 수 있습니다.
접시를 보면 답이 조금 쉬워집니다
복잡한 계산이 부담스럽다면 접시를 세 구역으로 나눠 생각하면 편합니다. 절반은 채소, 4분의 1은 단백질, 나머지 4분의 1은 밥이나 고구마 같은 탄수화물로 채우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기름진 소스나 튀김옷을 줄이면 꽤 괜찮은 다이어트식이 됩니다.
- 채소: 쌈채소, 양배추, 오이, 브로콜리, 버섯, 나물처럼 씹는 양을 늘려주는 음식
- 단백질: 달걀, 생선, 두부, 닭고기, 살코기, 그릭요거트, 콩류
- 탄수화물: 현미밥, 잡곡밥, 귀리, 감자, 고구마, 통밀빵처럼 천천히 먹기 쉬운 음식
- 지방: 견과류 한 줌보다 작은 양, 올리브오일 약간, 아보카도처럼 양을 정해 먹는 음식
예를 들어 점심에 김밥 한 줄만 먹으면 양은 적어 보여도 단백질과 채소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같은 칼로리라도 잡곡밥 반 공기, 닭가슴살이나 두부, 나물 두 가지, 김치 조금으로 먹으면 포만감이 훨씬 오래갑니다. WHO도 건강한 식사에서 채소와 과일, 콩류, 통곡물, 견과류를 충분히 먹고 당과 포화지방, 소금을 과하게 먹지 않는 방향을 권합니다. 출처: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healthy-diet
다이어트식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요즘 편의점이나 온라인몰에 다이어트식이라고 붙은 제품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이름보다 성분표가 더 솔직합니다. 단백질바라고 해도 당류가 높거나 포화지방이 많은 경우가 있고, 샐러드도 드레싱을 전부 넣으면 한 끼 식사보다 열량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액상으로 된 다이어트 음료만으로 끼니를 자주 대신하면 씹는 만족감이 적고, 나중에 식욕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단기간 보조로 쓰는 건 가능하지만 매일 두세 끼를 오래 대체하는 방식은 조심해야 합니다. 근데 바쁜 날에는 완벽한 도시락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하죠. 그럴 땐 단백질 음료 하나만 마시기보다 삶은 달걀, 바나나, 무가당 요거트, 견과류 소량처럼 씹을 수 있는 음식을 같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식단을 너무 세게 잡은 겁니다
상담을 보다 보면 체중계 숫자는 내려가는데 얼굴빛이 먼저 지치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이어트식이 몸에 맞지 않을 때는 꽤 분명한 신호가 나옵니다. 배고픔 자체보다 어지러움, 집중력 저하, 심한 추위, 변비, 생리 변화, 폭식 충동이 반복되는지가 중요합니다.
- 식사 후에도 손 떨림이나 식은땀이 자주 난다
- 일주일 이상 변비가 심해지고 배가 계속 불편하다
- 잠이 얕아지고 새벽에 배고파서 깬다
- 운동할 힘이 없고 계단에서 숨이 유난히 찬다
- 생리 주기가 갑자기 흐트러지거나 몇 달씩 건너뛴다
- 먹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식단을 더 줄이는 쪽보다 밥 양, 단백질, 수분, 수면을 다시 봐야 합니다. 당뇨병 약을 먹고 있거나 임신 중이거나, 신장질환, 간질환, 섭식장애 경험이 있는 분은 다이어트식을 혼자 강하게 제한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지러움이 심하거나 실신, 가슴 통증, 검은 변, 이유 없는 급격한 체중 감소가 있으면 체중 관리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오래 가는 다이어트식은 평범한 식사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매일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는 식단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한국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침은 달걀과 과일, 무가당 요거트 정도로 가볍게 먹고, 점심은 백반에서 밥을 조금 덜고 생선이나 두부 반찬을 챙기고, 저녁은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는 식입니다. 라면을 먹는 날이라면 면을 조금 남기고 달걀과 채소를 넣는 식으로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다이어트식은 벌 받듯 먹는 음식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내 생활에서 자주 먹는 음식을 조금 덜 기름지게, 조금 덜 달게, 단백질과 채소가 빠지지 않게 바꾸는 쪽이 몸도 마음도 덜 지칩니다. 체중은 숫자로 보이지만, 식사는 하루 기분과 에너지까지 같이 건드립니다. 그래서 좋은 다이어트식은 화려한 식단표보다 내일도 비슷하게 먹을 수 있는 평범함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