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추천, 내 몸에 맞게 고르고 계신가요?

얼마 전 의원 대기실에서 보호자 한 분이 작은 지퍼백을 꺼내 보여주셨습니다. 비타민D, 오메가3, 마그네슘, 루테인, 유산균까지 하루에 여섯 알을 드신다고 했어요. 몸에 좋다니까 챙겼는데, 막상 피로는 그대로이고 속은 더부룩하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영양제추천을 물어보는 분들 중에는 ‘무엇을 더 먹을까’보다 ‘내가 너무 많이 먹고 있는 건 아닐까’를 먼저 봐야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영양제는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영양제는 식사를 대신하는 물건이라기보다, 생활 속에서 모자라기 쉬운 부분을 보충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는 건강한 성인이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비타민·미네랄을 먹는 것에 대해 이득과 손해를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또 베타카로틴과 비타민E를 예방 목적으로 먹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출처: USPSTF 2022 권고문, https://www.uspreventiveservicestaskforce.org/uspstf/recommendation/vitamin-supplementation-to-prevent-cvd-and-cancer-preventive-medication
그래서 영양제추천은 유행 순위보다 현재 식사, 햇빛 노출, 나이, 복용 중인 약, 검사 결과를 같이 보는 게 낫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을 자주 거르고 생선을 거의 안 먹는 사람, 채식 위주로 먹는 사람, 실내 생활이 긴 사람은 필요한 영양소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많이 묻는 영양제, 이렇게 생각하면 편합니다
비타민D
실내 생활이 길고 햇빛을 거의 못 보는 분들이 자주 묻습니다. 일반 성인의 비타민D 권장량은 하루 600IU 정도, 71세 이상은 800IU 정도로 알려져 있고, 성인의 상한 섭취량은 하루 4000IU입니다. 다만 혈중 비타민D 수치가 이미 충분한데 고함량 제품을 오래 먹으면 칼슘 수치가 올라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출처: National Cancer Institute Vitamin D Fact Sheet, https://www.cancer.gov/about-cancer/causes-prevention/risk/diet/vitamin-d-fact-sheet
오메가3
생선을 주 1~2회도 잘 먹지 않는 분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먹거나 수술·시술을 앞둔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먼저 말하는 게 좋습니다. 고함량 제품은 속쓰림, 비린 트림, 멍이 잘 드는 느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그네슘
눈 떨림이나 근육 긴장 때문에 찾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눈 떨림은 수면 부족, 카페인,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흔합니다. 마그네슘은 설사를 만들 수 있고,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은 몸에 쌓일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유산균
변비나 설사, 복부팽만 때문에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품마다 균주와 함량이 달라서 모두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면역억제 치료 중이거나 중증 질환으로 치료 중인 분은 임의로 시작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런 분들은 먼저 확인하고 고르는 게 좋습니다
-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준비 중인 경우
- 와파린,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갑상선약, 항경련제 등을 복용 중인 경우
- 신장질환, 간질환, 암 치료, 면역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 검사에서 철분, 비타민B12, 비타민D, 칼슘 수치 이상을 들은 적이 있는 경우
- 한 번에 4가지 이상 영양제를 먹고 있거나 고함량 제품을 여러 개 겹쳐 먹는 경우
특히 철분은 피곤하다고 아무나 먹기 쉬운 영양제가 아닙니다. 빈혈의 원인이 철분 부족인지, 생리량 때문인지, 위장관 출혈 같은 문제가 숨어 있는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남성이나 폐경 후 여성에서 원인 모를 빈혈이 있으면 검사를 먼저 잡는 쪽이 좋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 보는 순서
첫째, 성분표에서 1일 섭취량과 함량을 봅니다. ‘고함량’이 늘 좋은 뜻은 아닙니다. 둘째, 같은 성분이 종합비타민과 단일 제품에 겹치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복용 중인 약과 시간 간격이 필요한지 봅니다. 예를 들어 칼슘이나 철분은 일부 약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시간 조절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넷째, 2~3개월 먹어도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면 계속 살 이유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도 됩니다. 피로감 하나만 보고 영양제를 늘리기보다 수면 시간, 음주, 카페인, 운동량, 체중 변화, 우울감, 갑상선 기능 같은 흔한 원인을 함께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도 같이 봐야 합니다
영양제를 먹어도 피로가 심해지거나, 체중이 이유 없이 줄거나, 검은 변·혈변이 보이거나, 숨이 차고 두근거림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영양 부족으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손발 저림이 심해지는 경우, 근력이 떨어지는 경우, 어지럼이 지속되는 경우도 상담이 필요합니다.
영양제추천을 받을 때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하루에 무엇을 먹고, 무엇을 거의 못 먹는지’를 적어보는 것입니다. 거기서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필요한 것만 좁혀가면 됩니다. 몸을 챙기려는 마음은 좋은데, 알약 개수가 건강을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적게 먹더라도 이유가 분명한 선택이 오래 가는 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