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용 허양임 양육권 분쟁, 아이 마음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얼마 전 진료실 옆 상담 공간에서 부모님의 이혼 뒤 아이가 잠을 잘 못 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학교도 가고 밥도 먹는데, 밤만 되면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였어요. 고지용 허양임 양육권 분쟁이라는 검색어를 보고도 저는 먼저 법적 다툼보다 아이의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뉴시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4년 협의 이혼을 했고, 최근에는 양육권 자체보다는 면접교섭, 양육비, 자녀 사진 공개 문제를 두고 입장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쪽의 말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문제는 누가 맞고 틀리냐보다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덜 흔들릴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양육권 분쟁보다 아이가 체감하는 건 ‘불안’입니다
어른에게 양육권, 친권, 면접교섭은 법률 용어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싸우나’, ‘내가 한쪽을 선택해야 하나’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꽤 큽니다.
초등 고학년이나 사춘기에 가까운 아이들은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감정을 처리하는 힘은 아직 자라는 중입니다. 부모가 직접 다투는 장면을 보지 않아도, 표정과 통화 분위기, 주변 어른들의 말에서 긴장을 읽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짜증이 늘거나, 공부 집중이 흐트러지거나,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는 식으로 몸과 생활에 신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면접교섭은 ‘만나는 횟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도에서는 이혼 뒤 아이를 만난 횟수, 몇 달 동안 보지 못했다는 주장, 양육비 지급 여부 등이 함께 언급됐습니다. 다만 이런 내용은 당사자 주장과 법원의 판단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외부에서 쉽게 판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 입장에서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입니다. 예를 들어 ‘둘째 주 토요일 오후에 만난다’처럼 일정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으면 아이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약속이 자주 바뀌거나, 만남 전후로 부모의 감정이 크게 흔들리면 아이는 만남 자체를 부담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 만남 일정은 가능한 한 미리 알려주는 편이 좋습니다.
- 상대 부모에 대한 평가를 아이 앞에서 반복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 아이가 만남 뒤 조용해지거나 예민해져도 바로 캐묻기보다 쉬는 시간을 줍니다.
- 사진이나 영상 공개는 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동의와 불편감을 더 세심하게 봐야 합니다.
이런 변화가 2주 이상 이어지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의 갈등이 있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버티고, 좋은 어른 한 명의 안정적인 태도만으로도 많이 회복합니다. 그런데 몇 가지 신호가 길게 이어지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상담이나 병원 진료를 고려하는 편이 낫습니다.
- 잠들기 어렵거나 새벽에 자주 깨는 상태가 2주 이상 계속될 때
- 복통, 두통, 메스꺼움이 반복되지만 검사에서 뚜렷한 원인이 없을 때
- 학교 가기를 심하게 거부하거나 성적·친구 관계가 갑자기 무너질 때
- 평소 좋아하던 활동을 끊고 방에만 있으려 할 때
- 자해를 암시하는 말,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할 때
특히 마지막 항목은 기다려볼 문제가 아닙니다. 가까운 응급실,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도움을 바로 연결해야 합니다. 겁을 주려는 말이 아니라, 아이의 신호를 어른이 대신 무겁게 받아줘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부모가 가장 조심해야 할 말
상담에서 자주 보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알 건 알아야지’, ‘네가 직접 말해봐’, ‘누가 더 힘든지 생각해봐’ 같은 말입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답답해서 나온 말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선택을 강요받는 느낌이 됩니다.
아이에게는 설명보다 허락이 먼저 필요합니다. ‘네가 엄마 아빠 일을 해결할 필요는 없어’, ‘둘 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 ‘네 감정이 헷갈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 같은 문장이 훨씬 안전합니다. 사실 이런 말은 너무 평범해서 힘이 없어 보이지만, 반복해서 들은 아이에게는 바닥을 받쳐주는 말이 됩니다.
대중의 관심도 선을 지켜야 합니다
고지용 허양임 양육권 분쟁이라는 키워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이 방송에 함께 나온 적이 있고, 자녀의 성장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족 문제는 댓글 한 줄도 아이에게 닿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법적 판단은 법원이 할 일이고, 건강하게 바라보는 우리의 역할은 조금 다릅니다. 확인되지 않은 말을 더 보태지 않고, 아이의 얼굴과 이름이 소비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주변 가족을 볼 때 ‘누가 잘못했냐’보다 ‘아이가 지금 안전한가’를 먼저 묻는 것. 저는 그 태도가 아이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