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다이어트, 살은 빠지는데 계속 해도 괜찮을까요?

요즘 진료실 옆에서 상담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밥을 거의 끊었더니 체중이 확 줄었다”는 말을 꽤 자주 듣습니다. 특히 저탄고지다이어트는 시작 후 1~2주 안에 몸무게가 빨리 내려가서 만족감이 큰 편입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전부 지방이 빠졌다는 뜻은 아닐 때가 많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몸에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과 수분이 같이 빠지면서 초반 체중 감소가 크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저탄고지다이어트는 말 그대로 탄수화물은 적게, 지방은 많이 먹는 방식입니다. 흔히 밥, 빵, 면, 과일, 당류를 줄이고 고기, 달걀, 버터, 치즈, 견과류, 오일류를 늘립니다. 아주 엄격하게 하면 하루 탄수화물을 20~50g 정도로 제한하기도 합니다. 밥 한 공기에 탄수화물이 대략 65g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꽤 강한 제한입니다.
왜 초반에 체중이 잘 빠질까요?
탄수화물을 줄이면 인슐린 분비가 줄고, 몸은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쓰려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 과정에서 케톤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키토’ 식단이라고도 부릅니다. 식욕이 줄었다고 느끼는 분도 있습니다. 단백질과 지방이 포만감을 오래 주고, 단 음식이나 간식을 덜 찾게 되는 효과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체중이 줄었다고 해서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 자료에서도 저탄수화물 식단의 효과는 음식의 질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버터, 가공육, 삼겹살 위주로 채우는 식단과 생선, 올리브오일, 견과류, 채소를 함께 챙기는 식단은 몸에 남기는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좋아 보이는 변화와 조심할 변화를 같이 봐야 합니다
저탄고지다이어트를 하면 중성지방이 내려가거나 혈당 변동이 줄어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평소 흰쌀밥, 빵, 과자, 달달한 음료가 많았던 분이라면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몸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 장점입니다.
그런데 LDL 콜레스테롤,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르는 수치가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와 여러 영양학 자료에서는 포화지방 섭취가 많아지면 LDL 콜레스테롤이 상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저탄고지 식단을 몇 달 한 뒤 체중은 줄었는데 건강검진에서 LDL 수치가 많이 올라 당황하는 분도 있습니다.
또 변비, 입 냄새, 두통, 피로감, 생리 변화, 운동 능력 저하를 겪는 분도 있습니다. 채소와 통곡류, 과일을 과하게 줄이면 식이섬유와 일부 비타민, 미네랄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탄수화물은 무조건 나쁘다”보다 “어떤 탄수화물을 얼마나 먹고 있었나”를 먼저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이런 분들은 시작 전에 꼭 상담이 필요합니다
당뇨약, 특히 인슐린이나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을 쓰는 분은 식단을 갑자기 바꾸면 저혈당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1형 당뇨병이 있거나 케톤산증 병력이 있는 분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당뇨 식사는 개인의 치료 상태와 혈당 변화를 함께 보며 조절하는 것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신장질환, 간질환, 췌장질환, 담낭질환이 있거나 임신·수유 중인 경우도 혼자 엄격한 저탄고지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은 부담이 큽니다.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이미 높은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더 세심하게 확인하는 쪽이 좋습니다.
- 당뇨약이나 혈압약을 복용 중인 경우
- LDL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단백뇨가 있는 경우
-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경우
- 청소년, 고령자, 섭식장애 경험이 있는 경우
한다면 이렇게 시작하는 편이 덜 무리입니다
처음부터 밥, 과일, 고구마까지 싹 끊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먼저 설탕 음료, 과자, 야식 라면, 흰빵처럼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포만감은 짧은 음식부터 줄이는 것이 낫습니다. 밥은 반 공기 정도로 줄이고, 대신 단백질과 채소를 충분히 넣는 방식만으로도 변화가 생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방을 늘릴 때도 종류가 중요합니다. 매끼 베이컨, 버터, 치즈로 채우기보다 생선, 달걀, 두부, 아보카도, 올리브오일, 견과류처럼 비교적 질 좋은 지방과 단백질을 섞는 편이 부담이 적습니다. 채소는 잎채소, 버섯, 오이, 브로콜리, 양배추처럼 탄수화물이 비교적 적은 것들을 충분히 곁들이면 변비와 포만감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검사도 같이 보면 훨씬 안전합니다. 시작 전과 8~12주 후에 체중, 허리둘레, 혈압,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간수치, 신장기능, 지질검사를 확인하면 내 몸이 이 식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숫자가 좋아지는 사람도 있지만, LDL 콜레스테롤처럼 예상 밖으로 나빠지는 항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병원에 가야 하는 신호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다이어트 중 어지럼, 식은땀, 심한 두근거림, 의식이 멍해지는 느낌이 반복되면 혈당이나 혈압 문제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심한 구토, 복통, 탈수, 과도한 갈증, 숨이 가쁘고 깊어지는 느낌도 가볍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특히 당뇨가 있는 분이라면 이런 증상은 바로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저탄고지다이어트는 누군가에게는 식욕 조절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모두에게 맞는 정답은 아닙니다. 오래 갈 수 있는 식사는 몸무게만 낮추는 식사가 아니라 혈액검사, 생활 리듬, 기분, 배변, 운동까지 함께 버틸 수 있는 식사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늘 “극단적으로 잘하는 것보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보면서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쪽이 더 강하다”고 말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