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지금 나에게도 필요할까요?

진료실 옆에서 상담을 듣다 보면 “요즘 피곤해서 영양제를 하나 먹어야 할까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제품이 몇 개인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는 분도 계시고요. 그럴 때는 무엇을 더 먹을지보다, 왜 피곤한지부터 묻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영양제는 어떤 때 필요할까요?
영양제는 식사로 채우기 어려운 영양소를 보충하는 수단입니다. 끼니가 불규칙하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종합비타민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식사를 잘한다고 해서 부족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먹는 음식과 건강 상태, 생애 시기를 함께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동물성 식품을 거의 먹지 않는 분은 비타민 B12를 충분히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엽산도 중요합니다. 미국 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는 이 경우 하루 400~800마이크로그램의 엽산 섭취를 권고합니다. 다만 임신 중이거나 질환이 있다면 필요한 종류와 양을 진료실에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특별한 영양 결핍이 없는 성인이 암이나 심장병을 막기 위해 종합비타민을 먹는 일은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는 예방 목적의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E 보충제는 권하지 않습니다. 영양제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목적이 분명할 때 선택이 쉬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피곤할 때는 무엇부터 확인할까요?
“철분이 부족해서 그런가 봐요” 하고 제품을 고르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피로는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부터 빈혈, 갑상선 문제까지 원인이 다양합니다. 철분 부족이 의심된다면 검사와 상담으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철분을 먹으면 속이 불편할 수 있고, 과하게 섭취하면 해로울 수 있습니다.
먼저 최근 1~2주의 생활을 떠올려 보세요. 잠이 줄었는지, 식사를 거르는지, 월경량이 달라졌는지, 새로 먹기 시작한 약이 있는지 같은 정보가 단서가 됩니다. 피로가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지고, 숨참·두근거림·설명하기 어려운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난다면 영양제로 버티기보다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침을 커피로만 넘긴다면 달걀이나 두부, 과일처럼 먹기 쉬운 음식을 더해 볼 수 있습니다. 채소와 단백질 식품을 번갈아 먹는 일은 한 알로 대신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영양보충제국도 영양제가 다양한 음식을 먹는 습관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안내합니다.
제품을 고를 때 어디를 볼까요?
광고 문구보다 먼저 볼 것은 성분표입니다. 제품 한 알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하루에 몇 알을 먹도록 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종합비타민과 별도의 비타민 D 제품을 함께 먹는다면 같은 성분의 양을 더해서 봐야 합니다. ‘하루 한 알’이라는 문구만 보고 여러 제품을 겹쳐 먹기 쉽습니다.
비타민 D를 예로 들면, 미국 국립보건원은 성인의 하루 섭취 상한을 4,000IU로 제시합니다. 이 숫자는 매일 그만큼 먹어야 한다는 목표가 아닙니다. 음식과 영양제에서 섭취하는 양을 합쳐 지나치게 먹지 않도록 잡은 기준이며, 결핍 치료 중에는 의료진이 다른 용량을 정할 수 있습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을 고른다면 포장의 건강기능식품 표시와 기능성 내용도 확인할 만합니다. 다만 표시가 있다고 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여러 제품을 동시에 먹거나 의약품과 함께 먹을 때 성분 간 상호작용과 부작용에 주의하도록 안내합니다.
약을 먹고 있다면 더 살펴야 합니다
상담 때 “약은 없어요”라고 하셨다가 영양제는 서너 가지 드신다고 덧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몸에서는 처방약과 영양제가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령 혈액이 굳는 것을 막는 약인 와파린을 복용한다면 비타민 K가 든 제품의 섭취 변화가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임신·수유 중인 경우에도 새 제품을 시작하기 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병원이나 약국에 갈 때는 먹는 제품의 이름, 하루 섭취량, 복용 기간을 휴대전화에 적어 가져가면 대화가 훨씬 구체적이 됩니다. 이미 먹고 있는 약을 임의로 끊거나 영양제로 바꾸지는 마세요. 새 영양제를 먹은 뒤 발진, 심한 속 불편함처럼 평소와 다른 증상이 생겼다면 제품을 들고 의료진과 상담하는 편이 좋습니다.
영양제 앞에서 망설여질 때는 “남들이 먹으니까”보다 “내 식사와 몸 상태에서 무엇이 부족한가”를 먼저 떠올려 봅니다. 그 질문 하나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진료가 필요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