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영양제, 눈이 피곤할 때 먹으면 나아질까요?

의원에서 상담을 곁에서 듣다 보면, 눈이 침침해졌다는 분이 눈영양제부터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오래 본 날의 뻑뻑함인지, 안경 도수가 달라진 건지, 눈 안쪽에 변화가 생긴 건지에 따라 필요한 대응은 다릅니다. 그래서 영양제를 고르기 전에 ‘언제, 어떻게 불편한가’를 먼저 짚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눈이 피곤한 것과 눈에 병이 생긴 것은 다릅니다
화면을 오래 보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 눈이 마르고, 가까운 곳에 계속 초점을 맞추느라 피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기대할 만한 첫걸음은 영양제보다 화면에서 눈을 떼는 일입니다. 미국안과학회는 20분마다 약 6미터 이상 먼 곳을 20초 동안 보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화면 밝기와 위치를 편하게 조절하고, 일부러 몇 번 깜빡이는 것도 좋습니다.
눈이 뻑뻑하거나 모래가 들어간 듯하다면 안구건조증일 수도 있습니다. 인공눈물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불편함이 계속되면 눈물의 양과 눈꺼풀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글자가 전보다 잘 안 보이는 증상은 안경 도수 변화, 백내장, 망막 질환 등 여러 이유로 생깁니다. 영양제를 먹으며 시력 변화를 지켜보기만 해서는 원인을 알기 어렵습니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요?
눈영양제 포장에서 자주 보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시야 한가운데를 보는 데 중요한 망막 부위인 황반에도 있는 성분입니다. 그렇다고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먹으면 누구나 시력이 좋아지거나, 스마트폰 때문에 흐려진 눈이 회복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이 일반적인 눈 피로를 줄이려고 먹을 때의 효과는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근거가 비교적 분명한 경우는 따로 있습니다. 미국 국립안연구소의 연구에서 특정 영양소를 함께 넣은 ‘AREDS2’ 배합은 중기 노인성 황반변성이 있는 사람의 병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한쪽 눈에 후기 황반변성이 있는 경우에도 반대쪽 눈을 위해 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황반변성이 없는 사람에게 예방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니고, 초기 황반변성에도 같은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황반에 좋다’는 문구만 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AREDS2는 루테인 한 가지만 먹는 방식도 아닙니다. 연구에 쓰인 배합에는 루테인 10mg, 지아잔틴 2mg과 함께 비타민 C·E, 아연, 구리가 들어갑니다. 함량이 높은 배합인 만큼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면 자신의 병기와 복용 중인 약을 안과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전에 쓰인 배합의 베타카로틴은 현재 또는 과거 흡연자에게 폐암 위험 문제로 권하지 않습니다.
오메가3나 여러 성분을 더하면 더 좋을까요?
눈이 건조하다는 이유로 오메가3를 찾는 분도 많습니다. 연구 결과는 한쪽으로 모이지 않았습니다. 증상 개선을 보인 연구가 있는 반면, 규모가 큰 연구에서는 위약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영양보충제국도 안구건조증에 대한 효과가 일관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 제품을 여러 개 더하는 것보다 건조함이 생기는 시간과 상황을 살펴보고, 필요하면 진료를 받는 편이 낫습니다.
이미 종합비타민을 먹고 있다면 눈영양제와 성분이 겹치는지도 봐야 합니다. 특히 AREDS2처럼 고함량인 제품은 다른 약이나 영양제와 함께 먹을 때 확인이 필요합니다. 성분이 많거나 가격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내 눈에 더 잘 맞는 제품이 되지는 않습니다. 식사에서는 시금치 같은 잎채소, 여러 색의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을 골고루 먹는 기본을 챙길 수 있습니다. 음식만으로 AREDS2의 연구용 함량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평소 식사를 돌보는 일은 영양제 선택과 별개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영양제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갑자기 한쪽 눈이 잘 안 보이거나 시야 일부가 가려진다면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번쩍이는 빛이 보이면서 날파리처럼 떠다니는 점이 갑자기 많이 늘거나, 검은 커튼이 드리운 듯한 증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망막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어 당일 안과 또는 응급실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심한 눈 통증이나 갑작스러운 시력 변화도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급한 증상은 아니어도 뻑뻑함이 오래가고 일상에 불편을 주거나, 안경을 써도 예전처럼 선명하지 않다면 검사를 받아 원인을 찾는 게 좋습니다. 눈영양제는 필요한 사람에게는 치료를 돕는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담 자리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건 제품 이름보다 눈이 보내는 변화가 무엇인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