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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식단, 살은 빠지는데 몸에는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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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식단, 살은 빠지는데 몸에는 괜찮을까요?

얼마 전 상담실에서 “밥만 끊었는데 2주 만에 3kg 빠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다른 분은 변비와 어지럼 때문에 식단을 멈췄다고 하셨어요. 저탄고지식단은 이렇게 반응이 꽤 갈립니다. 누군가에게는 식욕을 잡아주는 방법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검사 수치와 컨디션을 흔드는 식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저탄고지식단은 무엇을 줄이는 식사인가요?

저탄고지식단은 탄수화물을 크게 줄이고 지방 비중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국가암정보센터가 소개한 한국인 영양 기준에서는 보통 하루 에너지 중 탄수화물 55~65%, 단백질 7~20%, 지방 15~30% 정도를 익숙한 범위로 봅니다. 반면 케토식에 가까운 저탄고지는 탄수화물을 5~10%까지 낮추고 지방을 70~80%로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밥 한 공기, 국수 한 그릇, 빵 두 조각만으로도 하루 탄수화물 한도를 쉽게 넘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실제 식탁에서는 쌀밥, 떡, 면, 과일, 단 음료가 줄고 달걀, 생선, 육류, 치즈, 견과류, 아보카도, 올리브유 같은 음식이 늘어납니다. 문제는 같은 지방이라도 올리브유와 삼겹살 기름, 견과류와 버터가 몸에서 똑같이 다뤄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초반 체중 감소가 빠르게 보이는 이유

저탄고지를 시작하면 1~2주 사이 체중계 숫자가 꽤 빨리 내려갈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몸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줄고, 글리코겐과 함께 붙어 있던 수분도 빠져나갑니다. 이때의 감량 일부는 체지방이라기보다 수분 변화입니다.

또 단백질과 지방이 늘면 포만감이 오래가서 간식이 줄고, 혈당이 급히 오르내리는 느낌이 덜한 분도 있습니다. 특히 단 음료, 과자, 야식이 많던 분은 탄수화물 제한 자체보다 가공식품이 줄어드는 효과를 크게 봅니다. 연구들에서도 저탄수화물 식사가 중성지방과 체중을 낮추는 쪽으로 나타난 결과가 있지만, 장기 감량에서는 전체 열량, 지속 가능성, 수면과 활동량이 같이 작용합니다.

조심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솔직히 저탄고지식단이 모든 사람에게 나쁘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누구에게나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하버드 보건대와 미국심장협회 자료는 케토식이 포화지방 섭취를 늘리기 쉬워 LDL 콜레스테롤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LDL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부르는 수치입니다. 중성지방은 내려가는데 LDL은 올라가는 식으로 검사표가 엇갈리는 경우가 실제 상담에서도 보입니다.

식이섬유 부족도 흔합니다. 밥과 잡곡, 과일, 콩류를 많이 줄이면 배변이 딱딱해지고 장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마그네슘, 칼륨, 비타민 B군 같은 미량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 두통, 입 마름, 피로감, 근육 경련, 입 냄새가 생기는 분도 있는데, 이를 무조건 적응 과정으로만 넘기면 안 됩니다.

이런 분은 시작 전에 진료실에서 먼저 상의하세요

  • 인슐린, 설폰요소제, SGLT2 억제제 계열 혈당약을 쓰는 당뇨병 환자
  • 심혈관질환을 앓았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
  • 신장질환, 간질환, 췌장염, 담낭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
  •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사람, 성장기 청소년
  • 폭식, 제한식 반복, 섭식장애 경험이 있는 사람

특히 당뇨약을 복용 중인 분은 탄수화물을 갑자기 줄였을 때 저혈당이 올 수 있습니다. SGLT2 억제제를 쓰는 경우에는 혈당이 아주 높지 않아도 케톤산증이라는 위험한 상태가 생길 수 있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심한 메스꺼움, 구토, 복통, 숨이 가빠짐, 심한 무기력, 의식이 멍해지는 느낌이 있으면 식단 문제가 아니라 진료가 먼저입니다.

가슴 통증, 심한 두근거림, 실신할 것 같은 어지럼, 다리 힘이 풀리는 느낌, 소변량이 확 줄어드는 변화도 그냥 참을 일이 아닙니다. 검사로는 시작 전과 6~12주 뒤에 체중, 허리둘레, 혈압, 공복혈당 또는 당화혈색소, 간·신장 기능, LDL과 중성지방을 확인하면 방향을 잡기 쉽습니다.

오래 가려면 극단보다 조절 폭이 중요합니다

근데 현실의 식사는 숫자 게임만으로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밥을 완전히 끊는 방식이 불안하다면 먼저 흰쌀밥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그 자리에 채소, 두부, 생선, 달걀, 콩류를 채우는 정도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변화가 생깁니다. 빵과 과자, 달달한 커피, 음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하루 탄수화물의 질이 꽤 달라집니다.

지방은 양보다 종류를 먼저 봤으면 합니다. 삼겹살, 베이컨, 버터, 생크림을 식단의 중심에 두기보다 등푸른 생선, 올리브유, 견과류, 들기름, 아보카도처럼 불포화지방이 많은 쪽을 고르는 편이 부담이 덜합니다. 채소는 잎채소만 고집할 필요는 없고, 버섯, 해조류, 오이, 가지, 브로콜리, 양배추처럼 씹을 거리가 있는 재료를 넓게 쓰면 변비도 덜합니다.

저탄고지식단은 짧은 기간 식욕을 잡는 도구가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내 혈액검사와 몸의 신호가 나빠지는데도 체중계 숫자만 보고 계속 밀어붙일 식사는 아닙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이번 달에 덜 먹는 식단”보다 “다음 계절에도 무리 없이 반복할 수 있는 식탁”을 더 믿는다고 말하곤 합니다.

저탄고지식단, 살은 빠지는데 몸에는 괜찮을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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