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스닥
전문의 컬럼

저탄고지, 살은 빠져도 계속해도 될까요?

Last Updated :
저탄고지, 살은 빠져도 계속해도 될까요?

상담을 곁에서 듣다 보면 “밥을 줄이고 고기를 먹었더니 체중이 금방 내려갔어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며칠 만에 숫자가 바뀌면 반갑지요. 그런데 그 변화가 전부 체지방이 줄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탄고지를 생각하고 있다면 체중계 숫자와 함께 몸 상태, 검사 결과,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식사인지도 봐야 합니다.

저탄고지는 탄수화물을 얼마나 줄이는 식사일까요?

저탄고지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의 비중을 높이는 식사입니다. 다만 사람마다 줄이는 정도가 다릅니다. 달콤한 음료와 과자를 덜 먹는 수준부터 밥·빵·면을 거의 끊는 수준까지 모두 같은 이름으로 부르곤 합니다. 그래서 누가 “저탄고지로 효과를 봤다”고 말해도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하루 탄수화물을 20~50g 정도로 제한하는 식사는 꽤 엄격합니다. 밥 한 공기에도 탄수화물이 대략 65g 들어 있으니, 평소 식사와 차이가 큽니다. 탄수화물이 크게 줄면 몸은 지방에서 만든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쓰게 됩니다. 이것을 케토시스라고 합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위험한 ‘당뇨병성 케톤산증’과는 다른 상태이지만, 약을 복용하는 분은 두 상태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처음 빠지는 체중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식사를 바꾼 첫 주에 체중이 눈에 띄게 줄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 섭취가 줄면서 몸에 저장된 글리코겐과 그에 딸린 수분이 함께 줄기 때문입니다. 이후의 변화는 먹는 양, 활동량, 수면, 식사를 지속한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탄수화물만 끊으면 지방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혈당 관리에는 도움이 될 여지도 있습니다. 미국당뇨병학회의 2026년 진료 기준은 일부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연구에서 보인 혈당 개선은 주로 단기간에 뚜렷했고, 1년이 지나면 다른 식사법과 차이가 작아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체중과 혈당이 좋아졌더라도 그 식사를 계속할 수 있는지, 콜레스테롤 수치는 어떻게 변했는지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무엇을 먹느냐가 숫자보다 중요할 때도 있어요

저탄고지를 시작하며 밥 대신 버터, 베이컨, 가공육을 자주 먹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은 종류가 다릅니다. 미국심장협회는 포화지방을 많이 먹으면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이 올라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실제로 엄격한 저탄수화물 식사를 한 사람에게서 LDL 콜레스테롤이 높아진 연구도 있습니다. 체중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혈관 건강까지 좋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식사 구성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달콤한 음료, 과자, 잦은 야식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양을 살피고 채소, 달걀, 생선, 두부 같은 음식을 곁들이면 됩니다. 지방을 더 먹는다면 버터와 가공육에 치우치기보다 견과류, 올리브유, 생선처럼 불포화지방이 들어 있는 식품을 선택하는 편이 낫습니다. 밥과 과일을 모두 끊다가 채소까지 부족해지면 식이섬유 섭취가 줄어 변비가 생길 수 있으니 식단 전체를 살펴야 합니다.

시작 전에 병원과 상의해야 하는 경우

당뇨병 약을 먹고 있다면 식사를 크게 바꾸기 전에 진료받는 곳에 알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인슐린이나 일부 혈당강하제를 쓰는 분은 먹는 양이 급격히 줄 때 저혈당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소변으로 당을 배출시키는 SGLT2 억제제를 복용한다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이 약을 쓰는 사람에게 케톤산증 위험 때문에 케톤 생성 식사를 피하도록 권고합니다. 약을 스스로 끊거나 용량을 바꾸지는 마세요.

임신·수유 중이거나 성장기인 경우, 신장 질환이 있거나 섭식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면 엄격한 저탄수화물 식사를 혼자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식사를 바꾼 뒤 심한 어지럼, 식은땀, 떨림이 생기거나 반복해서 토하고 배가 아프다면 참으며 이어갈 일이 아닙니다. 특히 당뇨병이 있고 구토, 복통, 깊고 빠른 호흡,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저탄고지가 누구에게나 맞는 답은 아닙니다. 어떤 분에게는 단 음료와 정제된 간식을 줄이는 정도만으로도 생활이 한결 편해집니다. 제 눈에는 한 달의 체중 변화보다 몇 달 뒤에도 무리 없이 먹고, 몸 상태와 검사 수치를 함께 살필 수 있는 식사가 더 든든해 보입니다.

저탄고지, 살은 빠져도 계속해도 될까요? - 요약
저탄고지, 살은 빠져도 계속해도 될까요? | 찬스닥컴 chance doc : https://chancedoc.com/5697
전문의 컬럼
찬스닥 © chancedoc.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