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영양제, 머리카락이 빠질 때 꼭 먹어야 할까요?

의원 상담을 곁에서 보다 보면, 머리카락이 부쩍 빠져 영양제부터 사야 할지 묻는 분이 많습니다. 샤워 뒤 배수구에 모인 머리카락을 보면 마음이 급해지지요. 그런데 빠지는 이유가 서로 달라서, 머리영양제가 누구에게나 같은 답이 되지는 않습니다.
빠지는 양보다 달라진 모습을 먼저 보세요
미국피부과학회는 하루에 머리카락 50~100개 정도가 빠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범위로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매일 한 올씩 셀 필요는 없어요. 평소보다 눈에 띄게 많이 빠지는지, 가르마가 넓어졌는지, 묶은 머리의 굵기가 달라졌는지가 더 실용적인 단서입니다. 며칠 만에 빠진 양만 보고 판단하면 걱정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열이 심하게 났거나 출산·수술을 겪은 뒤, 또는 급격히 체중을 줄인 뒤에는 몇 달이 지나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많이 빠질 수 있습니다. 반면 가르마나 이마 주변이 서서히 비어 보인다면 다른 원인을 살펴야 합니다. 같은 ‘탈모’처럼 보여도 필요한 대응은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머리영양제는 언제 도움이 될까요?
철분이나 아연 등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다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체중을 빠르게 줄였고, 머리카락까지 많이 빠진다면 식사 상태를 함께 확인할 이유가 있지요. 다만 영양소 수치가 정상인데 더 먹는다고 머리카락이 더 빨리 자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피부과학회도 비오틴·철분·아연 보충은 부족 여부를 확인한 뒤 결정하도록 안내합니다.
비오틴은 머리영양제 광고에서 자주 보입니다. 비오틴이 부족하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빠질 수 있지만, 부족하지 않은 사람에게 고용량 비오틴을 먹였을 때 탈모가 좋아진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가 제시하는 성인의 비오틴 하루 적정 섭취량은 30마이크로그램입니다. 제품에 5,000마이크로그램이라고 적혀 있다면 이 수치보다 훨씬 많은 양이지만, 함량이 크다는 것만으로 효과가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함량표와 복용 중인 것을 함께 보세요
이미 종합비타민을 먹고 있다면 머리영양제의 성분이 겹치는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비타민 A나 셀레늄처럼 지나치게 섭취하면 오히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과 관련될 수 있는 성분도 있습니다. 철분 역시 부족한지 모른 채 오래 먹을 성분은 아닙니다. 제품 이름보다 각 성분의 양, 하루 섭취량, 현재 먹는 약과 영양제를 한꺼번에 보는 게 중요합니다.
검사를 앞두고 있다면 비오틴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려주세요. 미국 식품의약국은 고용량 비오틴이 일부 혈액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갑상선 관련 검사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검사 전에 얼마나 쉬어야 하는지는 제품의 용량과 검사 방식에 따라 다르므로 임의로 기간을 정하기보다 검사하는 곳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영양제보다 진료가 먼저인 때도 있어요
동그랗게 빈 곳이 갑자기 생겼거나, 머리카락이 덩어리째 빠지거나, 두피가 붉고 아프거나 심하게 가렵다면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가르마가 계속 넓어지는 경우에도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빈혈이나 갑상선 문제, 복용 중인 약, 두피 질환처럼 영양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약을 복용 중이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이유로 스스로 끊지는 마세요.
진료 때는 언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지, 최근 몇 달 사이 큰 병이나 출산, 체중 변화가 있었는지 메모해 가면 도움이 됩니다. 필요에 따라 진찰과 검사를 하고, 부족한 영양소가 확인되면 그때 맞는 양을 상의할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걱정될수록 빨리 무언가를 먹고 싶어지지만,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아는 편이 마음도 지출도 덜 흔들리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