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영양제, 머리카락이 빠지면 바로 먹어야 할까요?

얼마 전 머리를 감을 때마다 배수구에 쌓이는 머리카락이 부쩍 신경 쓰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탈모영양제 광고가 먼저 보였다고 하더군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 같으면 무언가 빨리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영양제가 필요한지는 빠지는 이유에 따라 달라집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이유부터 달라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하루에 머리카락 50~100가닥 정도가 빠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범위로 안내합니다. 다만 평소보다 확연히 많아졌거나, 가르마가 넓어지고 이마선이 달라진다면 양상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탈모처럼 보여도 원인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큰 병을 앓은 뒤,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기, 급격히 체중을 줄인 뒤에는 머리카락이 전반적으로 많이 빠질 수 있습니다. 철분 부족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반면 이마선이나 정수리 쪽이 서서히 얇아지는 양상은 유전적 영향을 받는 탈모일 수 있습니다. 두피에 염증이 있거나 동그랗게 비는 부위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요. 이처럼 서로 다른 상태를 영양제 한 통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탈모영양제는 언제 의미가 있을까요?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짧은 기간에 체중을 크게 줄였거나,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라면 식사와 영양 상태를 점검할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피부과학회는 검사에서 비오틴·철분·아연 부족이 확인된 경우 의료진이 보충제를 권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면 그 부분을 채우는 일도 중요합니다. 부족한 것을 확인하고 채우는 것과, 탈모가 걱정돼 여러 성분을 무작정 더 먹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특히 비오틴은 ‘머리카락 영양제’에서 자주 보이는 이름입니다. 비오틴이 부족하면 머리카락이 얇아지거나 빠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립보건원 영양보충제국은 비오틴을 더 먹는 것이 일반적인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성분표에 비오틴 함량이 크다고 적혀 있어도, 그 숫자만으로 내게 필요한 제품인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철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피곤하고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이유만으로 철분 부족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생리량이 많거나 식사가 불규칙하다면 진료 때 함께 이야기하고,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를 받는 편이 낫습니다. 철분을 과하게 먹으면 복통이나 구토가 생길 수 있어 ‘혹시 모르니 미리’ 먹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제품을 고른다면 성분표에서 볼 것
이미 탈모영양제를 먹고 있다면 이름보다 성분과 함량을 먼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모발용 제품에 비오틴과 아연이 들어 있는데, 평소 먹는 종합비타민에도 같은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두 제품을 함께 먹으면 한 가지 성분을 생각보다 많이 섭취하게 됩니다. 비타민 A나 셀레늄 같은 영양소는 지나친 섭취가 오히려 탈모와 관련될 수 있다는 미국 피부과학회의 안내도 있습니다.
검사를 앞두고 있다면 비오틴 복용 여부를 의료진에게 꼭 알려야 합니다. 많은 양의 비오틴은 일부 갑상선 검사 등에서 실제와 다른 결과가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복용을 언제 멈춰야 하는지는 검사 종류와 제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임의로 날짜를 정하기보다 검사받는 곳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임신 중이거나 다른 약을 복용 중이라면 영양제를 새로 시작하기 전에도 의료진 또는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는 영양제보다 진료가 먼저예요
머리카락이 갑자기 눈에 띄게 많이 빠지거나, 동그랗게 비는 곳이 생기거나, 두피가 붉고 아프거나 진물이 난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빠지는 양이 몇 주째 계속 늘거나 가르마가 점점 넓어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피로감, 어지럼, 체중 변화처럼 다른 몸의 변화가 함께 있다면 꼭 이야기해 주세요. 진료에서는 빠지는 모양과 두피 상태를 보고, 필요할 때 혈액검사로 빈혈이나 영양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탈모영양제를 살지 고민될 때는 최근 식사와 체중 변화, 앓았던 병, 복용 중인 약, 빠지기 시작한 시점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상담할 때도 도움이 되는 단서들입니다. 머리카락이 걱정되는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그 마음이 성분 함량이 가장 큰 제품을 고르는 쪽보다,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분히 살피는 쪽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